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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신세 된 IT 재벌의 '괴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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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신세 된 IT 재벌의 '괴짜 인생'

제2의 어산지인가, 편집증 환자인가

지난 12일 살인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돼 큰 관심을 모았던 세계적인 컴퓨터 보안기업 맥아피(McAfee)의 창립자 존 맥아피의 행방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그의 기이한 과거 행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은 괴짜 IT재벌로 유명했던 맥아피와 최근까지 교분을 유지했던 <와이어드>의 조슈아 데이비스와 저널리스트인 제프 와이즈 등을 인용해 맥아피의 독특한 인생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맥아피 보안 프로그램은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사람들을 안심시키지만, 맥아피라는 인물 자체는 믿음직스러운 인물은 아니라고 전했다. 다만 그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IT업계에서 거물이 됐고, 왜 갑자기 카리브해의 작은 국가 벨리즈로 가서 도망자 신세가 됐는지를 살펴보면 그가 확실히 '따분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맥아피 자신은 살인 혐의에 대해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같은 국가의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파일공유사이트 메가업로드 운영자로 최근 체포된 김 닷컴의 몰락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난 맥아피는 미 버지니아주에서 성장했고, 부친이 술에 취해 자신과 모친을 폭행했던 기억을 스스로 밝힌 바 있다. 맥아피 자신 역시 술과 약물 문제가 심각한 인물이었다. 수학 박사 과정을 밟던 루이지애나 대학에서는 나중에 그의 첫 번째 부인이 된 학부생과 성관계를 맺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청년 시절의 스티브 잡스처럼 네팔로 히피 여행을 간 적도 있고 마리화나를 구입한 사실이 발각돼 직장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1983년 그는 캘리포니아의 IT기업에서 엔지니어 팀장으로 승진하지만 데이비스가 출간한 맥아피의 자서전에 따르면 그는 당시 코카인 중독자였고 회사 직원에게까지 마약을 팔았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아내까지 떠나자 그는 결국 알코올중독자 갱생 모임에 들어갔다. 그는 이후 공식적으로는 자신이 술에 취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수년 뒤 맥아피는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프로그래머가 아니었던 그는 엔지니어를 고용해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를 고안한다. 그의 백신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맥아피의 마케팅 감각이었다. 온라인 게시판에 백신을 올린다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으로 맥아피는 곧바로 3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1990년까지 라이선스료로 한 해에 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맥아피가 컴퓨터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과장되게 강조하면서 그의 회사는 1994년 5억 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게 된다(2년 전 맥아피는 약 78억 달러에 인텔에 인수됐지만 창업자인 그는 오래전에 자신의 지분을 처분한 상태였다).

이후 20년 동안 그는 두 번째 아내 주디와 함께 살면서 IT재벌치고는 기이한 삶을 살았다. 자신이 세운 인터넷전화 기업을 1999년 1700만 달러에 매각하고 요가 학원을 세우는가 하면 영성에 관한 책을 쓰고 하와이에 재활센터를 세우는 것을 돕는다. 10년 전 주디와 파경에 이를 무렵 그는 경비행기를 몰고 뉴멕시코 사막을 저공비행하는 위험한 취미를 갖기도 했다.

2008년 그는 자신의 인생을 크게 전환한다. 미국 내 자산을 모두 처분하고 '구글 어스'를 통해 살펴본 벨리즈의 앰버그리스키섬의 한 빌라를 실제로 구입한 것이다. 그가 벨리즈행을 택한 데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맥아피가 풍요로운 삶을 거부하고 진정한 자유주의자로서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갔다고 한다. 반면에 당시 경비행기 사고를 일으키고 숨진 사촌동생과 관련해 비행기에 함께 탔다 사망한 이의 가족이 그에게 500만 달러의 소송을 거는 등 미국 내에서 자산이 줄어들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 지난 8월 벨리즈에서 운영하는 사진 소프트웨어 기업의 발표회장에 선 존 맥아피. ⓒAP=연합뉴스

사실상 미국 IT업계에서 은퇴한 맥아피는 벨리즈에서 시가 제조업, 커피 유통업, 수상택시업 등에 뛰어든다. 벨리즈로 휴가를 왔던 31살의 매력적인 미생물학자 앨리슨 아도니지오를 만난 뒤에는 벨리즈의 우림에서 천연 항생제를 찾는 아이디어에 도취되기도 했다. 아도니지오에 따르면 그는 항생제 이외에도 여성을 흥분시킬 수 있는 허브 화합물을 찾는데 집착했다.

하지만 맥아피는 곧 흥미를 잃었고, 아도니지오와 자신의 애인(10년 전 처음 맥아피와 만났을 때 19살이었다)도 떠나가자 싸구려 술집과 성매매업소를 전전하기 시작했다. 총을 들고 다니는 16살의 소녀를 포함해 여러 명의 현지 여성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지난 8월 <와이어드>의 데이비스 기자가 맥아피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는 5명의 젊은 현지 여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이 자리에서 맥아피는 데이비스에게 러시안 룰렛을 하자고 괴롭혔다고 한다).

당시 그는 벨리즈 카멜리타의 지역 마을에서 범죄와 마약거래를 근절하는 데 흥미를 갖는다. 학교 매점을 만드는 데 돈을 기부했고, 경찰서를 세우고 경찰에 총기와 곤봉, 심지어 급료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벨리즈 정부 입장에서 맥아피의 행동은 마약 카르텔의 수장처럼 보였다. 맥아피의 자택은 지난 4월 벨리즈 경찰 특수부대의 수사를 받았다. 불법 약물이 발견되지 않아 맥아피는 곧 풀려났지만, 정부는 그를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서 지우지 않았다.

지난 11일 그의 인생은 또 한 번 크게 변하게 된다. 그의 이웃이자 평소 맥아피가 기르던 개 6마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불평하던 52세의 미국 국적 사업가 그레고리 파울이 머리에 총을 한 발 맞은 채 집 수영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후 맥아피는 행방이 묘연해졌지만 직접 자신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블로그에는 계속 글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그는 블로그에서 경찰이 자신의 개들을 독살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자신이 모래 속에 몸을 파묻거나 술 취한 독일 관광객으로 변장해 경찰을 따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파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붙잡는 자에게 2만5000달러의 상금을 걸기도 했다.

<가디언>은 그의 기이한 행동이 약물 중독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2010년 맥아피는 한 온라인 게시판에 메틸렌디옥시피로발레론(MDPV)을 최고의 약물이라고 극찬하는 글을 올렸다. MDPV는 욕조에 넣는 소금에 포함된 성분으로 올해 미국 플로리다에서 MDPV에 중독된 이가 다른 사람의 얼굴을 물어뜯는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 '좀비 마약'으로 불리고 있는 신종환각제다.

맥아피는 당시 게시글에 대해 일종의 장난이었다고 밝혔고 최근 블로그에도 자신은 마약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신문은 맥아피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가 조종하는 것을 즐기는 인물로 특히 언론에 거짓말하길 즐겨하는 인물이었다며 약물에 대한 태도나 블로그 운영 자체가 그의 '장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맥아피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마자 맥아피로부터 연락처가 적힌 이메일이 왔다면서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블로그에 대해 맥아피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맞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파울을 죽일 이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또 자신은 자수할 의사가 없다며 "최근에 누가 자수했더니 등 뒤로 수갑을 차고 총을 14발이나 맞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신문은 맥아피가 벨리즈 당국의 부당함이나 경찰의 주민 탄압, 민주주의의 후퇴 등에 관심이 모이길 바라는 눈치라고 전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통화에서 "난 벨리즈에 머물 생각이다. 왜냐면 여기가 내 고향이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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