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 '붉은 수수밭'
빈농(貧農)의 막내인 '아홉째'가 시집을 간다.
나귀 한 마리에 팔려서!
귀신이 출몰한다는 붉은 야생 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오지(奧地)에 사는 '대갈통' 리(李)서방에게.
대갈통 리 서방은 양조장 주인으로 부자다.
하지만 나이 50이 되도록 장가를 못 갔다.
문둥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판소리 심청전.
16세에 불과한 효녀 심청.
시퍼런 인당수에 산다는 용왕에게 시집을 간다.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서!
말이 시집이지, 사실은 죽으러 가는 거지만.
어쨌든,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뭐에 팔려서 시집을 가는 것, 즉
매매혼(賣買婚)이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꺼냈느냐?
이주여성들의 결혼도 매매혼(賣買婚)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20살 차이 나는 결혼을 달리 어떻게 설명하겠나?
팔려서 시집오는 거다.
그럼 뭐에 팔려?
신랑의 돈?
아니다.
한국 신랑도 대부분 저소득충이니까.
그럼 뭐 때문에 와?
한국에 오면 자기가 직접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벌어 자기 쓰고, 남으면 친정집 도와주는 것.
이것이 시집오는 이유다.
따라서 돈을 못 벌게 하거나,
벌더라도,
시집 쪽에서 번 돈을 과도하게 요구하면
*문제가 생긴다.
결혼 당시 베트남 신부 란(가명)은 20살, 한국 신랑은 42살이었다.
신랑에게는 전처에게서 낳은 18세 아들이 있었다.
계모와 의붓아들은 2살 차이에 불과했다!
어머니로 여겼겠는가?
어림도 없다.
란은 결혼생활 9년 만에 두 자녀를 낳고,
인쇄소에서 일해 천만 원을 저축했다.
의붓아들이 카드빚을 갚는다고 이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어떻게 안 빌려줄 수가 있나? 가족인데!
대신에 남편이 갚아주마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속이 상한 란은 같이 시집온 여동생 집에서 자고 오는 일이 잦아졌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로 의심하여 심하게 두들겨 팼다.
세 번이나.
결혼생활은 파경에 이르렀다.
란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른다.
여전히 그녀 앞에는 귀신이 출몰하는 붉은 수수밭이나 시퍼런 인당수가 펼쳐져 있다는 것 밖에는!
*문제 : 이주여성의 문제는 결국 돈, 즉 경제 문제이다. '다문화' '다문화' 하면서 문화적 갈등 줄이기에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정책방향에 이의를 제기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 두 자녀의 양육 문제가 걱정되긴 하지만,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소송을 준비 중이다. 우리 센터에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K변호사가 소송 준비단계에서부터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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