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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562>

나의 가장 친한 선배이자 친구인 *오윤(吳潤)의 쌍문동 집 응접실에
글씨 하나가 걸려 방문객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世界一花 祖宗六葉(세계일화 조종육엽)

그의 부친인 소설가 오영수 선생이 쓴 글씨로 나는 기억한다.
(혹은 오윤이 쌍계사의 추사 현판을 탁본해서 판각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체가 다른 거 같다)

어쨌든 79년 오영수 선생이 고향인 경남 언양에서 돌아가셨을 때
언양 빈소는 상주인 오윤이 지키고
서울의 문인들을 위해 차려진 쌍문동 빈소는 내가 지켰는데
아뿔사,
내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이 글씨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동 시간대에 사라진 고인의 제자 중의 하나를 의심했지만
아무도 본 이가 없기에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고 말았다.
어딘가에 잘 있겠지.

하여간 내가 이 글을 쓰는 초점은 누가 액자를 가져갔나가 아니라
가져갈 수 없는 그 뜻이다.

나는 그 뜻을
"세계는 하나의 꽃인데 잎이 여섯 달렸다."
정도로 해석한다.

역사적으로 봐도
세계는 잎이 여섯 개 달린 꽃 한 송이다.
지금 인류는 수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를 떠나서
6대주에 퍼져 사는 한 종족이니까.

그 생각을 할 때마다 외국인이 남 같지가 않고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을 보게 된다.

이번 올림픽도
나는 거의 그런 관점에서 보았다.

예를 들어
마라톤 결승선을 1 2 3 4 등으로 들어오는 흑인 선수들을
"저 까만 애들은 죽어도 못 따라 잡을 것 같어."
하는 식의 절망적인 경쟁상대로 보기보다는
"*큰집 애들 잘 뛰네!"
정도로 친근하게 본 거다.

그 글씨 덕이다.

*오윤 : 화가 및 조각가(1946-1986).

*큰집 : 마라톤에서 선두권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니까 우간다, 케냐, 에티오피아 등 모두가 동아프리카 출신들로 이곳은 우리 선조들의 고향이며 큰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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