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CJ그룹과 컨소시엄을 맺었던 삼성증권이 지난 23일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면서였다. 그리고 같은 날,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삼성SDS가 포스코와 손잡고 새롭게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날 이후, 포스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수 의지나 자금 동원력에서 밀렸던 CJ그룹은 표정이 변했다. CJ그룹은 28일 본 현상에서 적극적으로 대한통운 인수에 달려들었다. 이런 과정은 '범(凡) 삼성가(家)의 후계 싸움'으로 비춰졌다. 삼성그룹의 인수전 참여를 계기로, CJ그룹과의 오랜 앙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게다.
CJ그룹은 본 입찰에서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보다 10만 원이 높은 주당 20만 원을 웃도는 가격을 제시, 대한통운 인수에 1조8천억 원이라는 금액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M&A시장에서는 'CJ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너무 큰 출혈을 한 것 아니냐'며 오히려 냉랭한 반응이다. 이날 증시에서 대한통운은 14.94% 떨어진 11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CJ그룹은 9.88% 하락한 7만3000원을 기록했다.
한편 이번 인수전에서는 범 삼성가의 '조카와 삼촌, 또는 사촌 간 싸움'으로 비춰져 관심을 끌었다.
'삼성그룹과 CJ그룹 간 총수일가 갈등'은 뿌리가 깊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장남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대신 삼남인 이건희 현 삼성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면서 갈등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리고 1990년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수상록과 인터뷰를 통해 "선대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대권을 넘기면서 차기엔 아들 재현이(현 CJ그룹 회장, 이맹희 저 회장의 아들)에게 물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발언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그러나 삼성 측은 이번 인수전을 가족 갈등으로 보는 시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IT물류 관리 시스템을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삼성SDS가 포스코와 함께 물류업계를 개척하고자 대한통운 인수에 참여한 것인데, 왜 후계 싸움으로 몰고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SDS와 삼성증권의 (대한통운 인수를 둘러싼) 최근 행보는 매우 이례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러한 이례적 의사결정이 계열사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믿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삼성그룹 및 CJ그룹의 총수 일가 간의 갈등에 기초한 것인지 예의 주시 하겠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한통운 인수보다 주목받은 범 삼성가의 '조카와 삼촌, 또는 사촌 간 싸움'은 결국 큰 충돌음 없이 끝났다. 하지만 20년 이상 CJ그룹 홍보를 책임졌던 홍보실장 신동휘 부사장이 전격 교체되는 등 28일 하루 CJ그룹과 삼성그룹 내부는 요동쳤다.
한편, 대한통운 인수로 그 동안 물류업계 2·3위를 다퉜던 CJ그룹은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됐다.
- CJ그룹이 인수한 대한통운은 어떤 회사? 대한통운은 과거 부도가 난 동아그룹의 계열사로 2008년까지 7년 8개월 간 법정관리를 받다 2008년 4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다. 대한통운은 2009년 10월 물류인들이 꼽은 영향력 1위 기업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워크아웃 상태로 작년12월 유동성 강화를 위해 대한통운 매각을 결정했다. 대한통운은 28일 CJ그룹에 인수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CJ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최종 계약은 빠르면 올 8월 마무리 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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