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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자들이 중국 대표 응원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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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자들이 중국 대표 응원한 이유

[런던올림픽] 여자 경보 20km 선제치에양…티베트 응원단, 복잡한 속내

중국의 통치에 항의하는 승려들이 분신 자살하는 등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티베트 출신의 한 선수가 중국대표팀에 합류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첫 메달까지 따 주목을 받았다.

<AP>는 11일(현지시간) "다른 날, 다른 장소라면 버킹엄궁 옆에 흥분한 채 모인 티베트 망명자들이 중국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응원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에는 예외였는데 그 이유는 중국 대표팀 중 처음으로 티베트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티베트인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은 이는 11일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열린 여자 경보 20㎞에서 1시간25분16초로 3위에 오른 선제치에양(21)이다. 중국과 티베트 응원단들은 서로 애써 무시하는 가운데 각각 '힘내!'라는 뜻의 중국어 '지아유'(加油)와 티베트어 '귝'을 외치며 그를 응원했다. 티베트 응원단은 또 중국에서는 금지된 티베트 국기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다.

▲ 11일 2012 런던올림픽 여자 경보 20㎞ 경기에 등장한 티베트 국기. ⓒAP=연합뉴스

중국 칭하이성에서 티베트 유목민 부부의 딸로 태어나 티베트 말로 '태양'이라는 뜻의 '카이 최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제치에양은 이날 자신의 걸음에 집중하느라 응원단들의 외침에 반응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티베트와 중국 사이의 정치적 문제에 휘말리지 않는 행동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티베트 사상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의미를 넘어 첫 메달까지 획득한 선제치에양은 경기 후 동포들의 응원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티베트인으로서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메달을 땄다는 건 무한한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티베트 국기를 봤냐는 질문에 그는 당황하면서 대답 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자국 단일팀 이외의 별도 선수단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티베트 지배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선제치에양의 대표팀 합류 소식을 관영 언론을 통해 홍보한 바 있다. 이날 경기를 마친 선제치에양에게 몰려든 중국 기자들도 그에게 티베트 노래를 불러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제치에양은 티베트 출신의 첫 올림픽 선수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민감한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했다. 또 자신의 블로그에 '지난 7월 중국공산당에 가입했고, 곧 가입 선서를 하게 된다'며 '흥분도 되고 한편으로는 긴장도 된다'고 썼다. 중국 선수단 합류에는 자신의 의지도 크게 작용했다는 의미로 설명되지만, 티베트 독립을 바라는 진영에서는 중국 정부의 강요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그가 왜 중국공산당에 가입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조금은 당황했지만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쓰며 "꼭 말을 해야 하나? 문제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티베트인 일부도 중국 선수단에 포함된 티베트 선수를 응원하는 일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선제치에양의 모습이 나타났을 때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파이팅'을 외치며 '티베트의 역사가 쓰이는 순간'이라고 감동에 젖기도 했다.

티베트 망명정부에서 정보 및 국제관계를 맡고 있는 디키초양 장관은 "개인으로서는 그가 잘됐으면 한다. 그는 그 자리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다"라면서도 "그러나 그가 자유 티베트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복잡한 심정을 정리했다. 그는 "티베트인이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티베트 내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제치에양은 중국 누리꾼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데, 어떤 블로거들은 '역겹다', '왜 세계 최대의 마피아 조직(중국공산당)에 들어가길 원하는가'라고 비난한 반면, 축하와 감동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 티베트인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제치에양.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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