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순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신문보도에 따르면 인구수, 1인당 국내 총생산, 과거 실적, 그리고 홈그라운드의 이점이라는 4가지 변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경제학자들의 최종적인 예측은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호주, 프랑스, 한국, 이탈리아, 일본 순이다. 대략 실제 올림픽 성적이랑 일치할 듯하다.
'복지올림픽'이 열린다면 우린 금메달이 몇 개?
만약에 '복지올림픽'이 있다면 어떨까? 평가 요소는 개별 국가의 복지수준, 국민들의 행복감, 삶의 만족도 등이 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국은 한참 뒤로 밀린 순위가 예측될 것 같다.
한국 사회의 복지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의 복지수준(사회지출비)은 국민총생산 대비 10%에도 못 미치며(OECD 평균은 19.8%), 절대빈곤층이 200만 명, 근로빈곤층이 410만 명에 달하고 빈곤 아동만도 100만 명이 넘는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 역시 급여 수준이 부족하거나 넓은 사각지대를 지니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인구의 3%에만 적용되고 있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60%대에 머물고 있고, 현재는 노인인구의 13% 정도만이 연금혜택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부족한 국공립 보육시설과 살인적인 사교육비까지…. 답답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우리의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구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나는 통계로 보는 복지가 아니라 현실의 복지와 직접 마주하게 되었다. 지역사회에서 복지가 왜 필요하고, 복지서비스가 어떻게 제공되고, 어느 부분이 절실한지를 보다 생활의 영역에서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지역단위에서 복지는 전 영역에서 발견된다. 출산수당, 영유아보육을 위한 국공립 보육시설, 의무교육과 무상급식, 방과후 프로그램과 지역아동센터, 청년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보건과 의료, 에너지(최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주거, 문화향유, 노인 장애인과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등 주민들의 일상의 상당부분이 복지와 연관된다. 날마다 수십 통씩 걸려오는 민원의 상당수가 이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 어린이집에서 자연체험에 나선 어린이들.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
맡길 곳 없는데 애를 낳으라고?
국공립 보육시설의 예를 들어보자. 전국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의 5%에 불과하다. 국공립어린이집은 민간 보육시설에 비해 만족도가 높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면서 감독을 하니 신뢰도도 높다. 물론 낮은 보육비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니 입소하려는 아동 수는 많고 시설은 부족해 대부분의 국공립어린이집은 대기자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이 넘는다.
2년 전 입주가 시작된 마포구 상암2지구의 경우, 아파트단지 내 영유아 1305명 중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아이가 542명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구립어린이집은 한곳도 없으며 민간 어린이집 정원은 다 합쳐도 257명에 불과해 보육시설 수급율은 48%에 그치고 있다. 아파트단지 아이들 절반 이상이 인근 은평구와 강서구 심지어 고양시에 있는 어린이집으로 다니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로 원정 보육을 끝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상황은 달라질까? 지난해 마포구 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가 조사한 '마포구 방과후 돌봄기관 현황'에 따르면, 지역아동센터(민간)와 학교돌봄교실 등 방과후 돌봄기관이 수용할 수 있는 초등학생 수는 마포구 전체 초등학생의 5.8%에 불과했다. 실제로 맞벌이부부의 경우,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보습학원과 예체능학원으로 돌리는 가장 큰 이유가 성적향상보다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 마포구 초등학교 대상 방과 후 돌봄기관 정원 현황 ⓒ마포구아동여성보호지역연대(2011), "마포구 방과 후 돌봄 및 안전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 |
그런 점에서 최근 성북구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성북구는 올 2월 전국 최초로 '구립방과후 돌봄센터'를 문 연 데 이어 연말까지 3곳을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민간에서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반해 구립방과후 돌봄센터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지금 일상에서 경험하는 주민들의 삶의 문제는 복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급한 수술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취약계층에 제한되어 있는 잔여적이고 시혜적인 복지를 사회구성원 전체로 확대하는 보편적 복지로 나가는 것이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솔루션이다.
보편적 복지를 위한 지자체의 과제들
동네구의원은 보편적 복지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일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자체 단위에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내고 개선해야 할 과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복지는 주민들의 삶의 전반적인 영역이라는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제 복지는 어쩔 수 없이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한정되어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소수의 사회복지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20-30대 청년과 맞벌이 가정과 그 아이들이 복지를 요청하고 있다. 연금개시 전에 노년층에 대한 일자리도 필요하다. 결국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이 필요한 모든 것이 바로 복지인 것이다. 출산과 보육, 교육, 방과후, 일자리, 주거, 보건의료, 에너지, 문화 등 시민 생활과 관련된 전 영역에서 통합적이고도 보편적인 관점에서 복지를 바라보아야 한다. 인간의 삶의 질은 이 모든 영역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지자체의 사회복지계획은 이 모든 영역에서 다시 수립되고 실천될 필요가 있다.
둘째, 주민의 현실적인 욕구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야만 복지제도가 실제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보통 보편적 복지는 무상으로 표방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지자체에서는 납세자인 주민의 욕구나 의견을 무시하고 표를 의식해서 복지를 마치 시혜처럼 생각한다. 지자체 단위의 보편적 복지시스템의 도입은 지역사회의 필요성과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수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양자가 시민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한 복지를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복지는 꾸준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고,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한순간이라도 멈추어버리면 결국 우리 아이들은 방임이 되면서 범죄의 표적이 되는 잔인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지자체의 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복지예산은 중앙정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복지사업을 확대하고자 해도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역복지 수준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복지정책과 사회복지서비스 그리고 대상에 대한 일정한 기준(가령 지역복지기준선 등)을 마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디에 살든지 복지는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생활정치가 바로 복지다
최근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시민들도 이에 크게 호응하고 있다. 과거 진보진영의 대표의제였던 친환경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실현되는 현실을 바라보면 감회가 새롭다. 이제 생활정치는 보편적 복지로 전면적으로 확대되어야 하고 그 영역은 주민의 삶의 모든 영역이며 이를 위해 기초단위의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복지국가는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생활정치를 꽃피우는 것이다. 이제 친환경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넘어 복지국가로 우리의 역량과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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