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쿠데타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던 장도영 전 국방부 장관이 3일 밤(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평안북도 용천 출신인 고인은 신의주고등보통학교를 마친 후 일본 동양대학 사학과, 군사영어학교를 졸업했다.
일제강점기에 학도병으로 끌려가 중국에서 일본군 장교로 근무했다. 해방 후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며 육군참모차장, 제2군 사령관 등을 거쳐 1961년 육군참모총장에 올랐다.
1961년 5.16 쿠데타 직후, 고인은 박정희 소장 등 쿠데타 세력에 의해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계엄사령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국방부 장관으로 추대됐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6월6일 해임된 뒤 8월22일 중장으로 예편했다.
이후 반혁명 내란음모 혐의로 기소돼 1962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5월 형집행 면제로 풀려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고인은 1969년 미 미시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3년까지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를 지냈다. 은퇴 후에는 부인과 함께 플로리다에 거주해 왔으며 수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왔다.
고인은 그동안 5.16 쿠데타 음모를 미리 알고도 묵인·방조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1년 발간한 회고록 <망향>에서 쿠데타 세력의 음모를 사건 발생 하루 전에야 파악했다며 이런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당시 회고록에서 그는 "육군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쿠데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쿠데타가 일어난 뒤에도 이유가 어찌됐건 진압하지 않았다. 그뿐이랴. 사태를 수습해 조속히 원상으로 복귀시키려 했던 일마저 실패했다. 즉 나는 참모총장으로서 연달아 세 번이나 실패를 범한 것이다. 이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되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쿠데타를 진압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가 짙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백형숙 씨와 아들 효수(재미 개인사업)ㆍ경수(의사)ㆍ진수(개인사업)ㆍ완수(의사) 씨와 딸 윤화(미 아이오와대 의대 교수)씨 등 4남 1녀가 있다.
장례식은 오는 8일 미국 LA에서 가족장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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