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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에 롯데월드 상품권 내건 학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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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제고사에 롯데월드 상품권 내건 학교도 있다"

[인터뷰] 일제고사 거부 결의안 낸 김명신 서울시의원

오는 26일로 예정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나흘 앞둔 22일 오후 1시, 서울시의원실에서 김명신 서울시의회 교육위원(민주통합당)을 만났다.

일제고사는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전국의 모든 아이, 학교를 줄 세워 과열 입시경쟁을 불러온다는 이유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일제고사를 반대한다. 지난 20일 서울시의원 46명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표집실시 촉구 결의안'을 내 일제고사를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기초단체의회 중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낸 곳은 서울시의회가 유일하다. 이 결의안을 만드는 데 김 의원이 앞장섰다.

의원들은 결의문에서 "일제고사에 쓰이는 예산 125억 원은 소외계층과 인지정서 발달 장애를 겪는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교육과학기술부가 제시하는 일제고사 실시 목적은 표집(표본 추출)만으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일제고사를 표집 실시하고 학교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효력을 갖게 된다.

김 의원은 이와 같은 결의안을 낸 이유로 "일제고사에서 재는 학력은 단편적인 지식 중심에 불과하다"며 "이런 방식의 전국적인 평가가 오지선다형으로, 굉장히 협소하게 교육과정 재편에 영향을 준다면 부정적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선학교에서 경쟁의식 내면화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아이들 '학습노동' 시간만 늘어난다

김 의원은 특히 일제고사로 인해 학생 간, 학교 간 입시경쟁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사례로 김 의원은 "학력이 신장됐을 경우 '롯데월드 상품권 50장을 준다'는 식의 상품을 거는 학교가 나타나고 있다"며 "성적 향상을 위해 교육을 수행해야 할 학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됐다"고 개탄했다.

실제 일부 학교에선 아이들을 상대로 상품권 등 금품을 내거는 사례가 속속 적발됐고, 교육과정이 파행 운영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355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의 40.3%에 해당하는 143개 학교에서 일제고사에 대비해 0교시 수업, 방과 후 강제학습 등의 파행 교육이 실시됐다.

김 의원은 "올해로 이미 5년이나 일제고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선학교에서 경쟁의식을 내면화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에선 26일 이전에 집중적으로 일제고사 준비만 하고, 정규학습 진도는 일제고사 이후에 나가기로 한 파행사례도 적발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학습노동'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서울시 교육은 혁신교육, 민주적인 상향교육을 지향하는데, 일제고사는 이 목표를 이루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현행 일제고사 문항인 오지선다형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을 방해해, 학생들의 교육과정, 학력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인지발달을 왜곡시킨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일제고사가 전국의 학교를 줄 세움에 따라, 새로운 교육목표를 내건 학교들마저 흔들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혁신학교 등에선 일제고사를 앞두고 교사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게 현실이다. 아이들에게 창의적 교육을 실시하고 새로운 유형의 평가를 행했는데, 일제고사로 인해 아이들에게 '다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혁신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한 창의성 교육, 협동 교육에 전력하는데, 갑자기 문제풀이 형식의 일제고사를 실시하게 되면 아이들이 그간 배운 과정과 측정 도구가 다른데서 혼란을 겪게 된다"며 "학부모도 '우리 아이가 혁신학교에서 교육받다가 정작 나라에서 보는 시험에 망한다'는 생각을 갖게 돼, 결과적으로 혁신교육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혁신학교를 학교 평가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학생은 학교의 볼모

▲일제고사는 학생을 학교의 볼모로, 학교의 주도성은 정부에게로 이양시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프레시안(최형락)
특히 일제고사는 교육의 주도권을 일선학교가 아니라 정부가 쥐도록 바꿔놓았다. 정부가 학생들의 성적을 매기고 학교의 성적까지 공개하게 해, 일선 학교의 교육자율권, 교사의 교육자율권이 정부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학생이 학교의 볼모라면, 학교는 사실상 정부가 드라이브 건 교육정책을 좇게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아이들의 등수향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학교의 성적이 올라야 더 우수한 학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의원은 "시도교육청평가지표에 일제고사 점수도 반영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단위학교에 내려가는 교부금이 차이가 난다"며 "학교가 학생을 볼모로 (교부금을 받기 위해) 일제고사 경쟁을 더 과열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와 같은 경쟁에 따라 학교 등수가 나뉘면서 "자연스레 선호 학교와 비선호 학교가 나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지역 사회에서는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니, 일선 학교가 새로운 교육을 하고 싶어도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일제고사 다걸기 분위기)를 따라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인성 교육 수준, 창의력 학습 수준, 교육 분위기는 대외적으로 알리기 어려운 마당이라, 일제고사 성적 결과에 학교가 집중하게 된다는 얘기다.

"'교육민주화' 추진해야"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의 경쟁식 교육관을 대표한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얼핏 개인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학생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야만 하는 사회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우리가 실시한 (일제고사를 포함한) 교육개혁 덕분에 학생들의 학력이 이만큼 신장됐다'는 자료를 만들려고 할 텐데, 그 때 일제고사 결과에서 얻은 통계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경쟁 드라이브를 극복하고 "좀 더 평화로운 교육, 행복한 교육, 교육의 본질을 찾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에 맞는 교육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요해지고, 다양성이 존중받는, 국경이 없는 사회에서는 인성, 사회성, 소통능력, 도전정신, 창의력 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한국 교육이 그렇게 가고 있느냐"며 "아이들의 학습량을 대폭 줄여주고 미래에 맞는 핵심 역량을 키워줄 수 있도록 수업혁신이 대폭적으로 단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결국 우리도 언젠가 거대한 '유-턴'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 대안 정신으로 '교육민주화'를 꼽았다.

그는 "학교의 주인이 과연 누구냐"며 "'경제민주화' 정신처럼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 권력을 나누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아이들에게 대물림되는 현실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우선순위로 김 의원은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집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집조사를 실시하면 당장 전국의 학교와 교육청을 서열화시키는 잣대가 사라진다"며 "당장 미국과 영국, 일본 등도 최근 일제고사를 모두 표집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6개 시·도의 진보교육감이 이를 시행할 수 있다"며 "서울시의회도 이런 변화가 잘 이뤄지도록 격려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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