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있는 조그만 자동차 부품 공장.
태국인 퐁삭(가명)이 6년 동안 일했다.
6년 일하고 비자기한 내에 돌아가면
노동부에서 특별대우를 해준다.
3개월에 한 번씩 치르는 특별한국어시험만 치면 한국에 다시 올 수 있는데
문제는 그가 다시 올 수 없게 되었다는 거다.
단 하루 차이로 불법이 되었으니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좌우지간 저는요, 하늘에 맹세코 사장님이 강요하시는 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비자 끝나는 날까지 일시키고, 방 청소하고 가라고 그러고, 비행기 표도 안 사주고 솔직히 전 억울합니다."
과연 사실일까?
뭔가 미심쩍다.
이유는 두 가지.
1. 태국인이 아무리 순진해도 저 죽을 줄 모르고 계속 일하는 바보는 없고
2. 한국 사장이 아무리 나빠도 불법이 되도록 일시키는 사장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진실을 밝히려고 꼬치꼬치 캐묻자
견디다 못한 퐁삭이 실토했다.
"사실은 비자 끝나기 전날 오전까지만 일했어요."
"오후에는?"
"방 청소하구요."
"다음날은?"
"토요일이라 표를 못 샀어요."
그리고는 입을 닫았다.
나는 방향을 바꿔 회사와 접촉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는 아예 통화가 안 되었다.
또한 퐁삭도 귀찮은지 핸드폰을 꺼버렸다.
이렇게 되면 정작 폐인이 되는 것은 나다.
궁금해서 미치니까.
밤잠을 며칠 설친 후 성남 공장으로 찾아가서 사장님을 만났다.
사장님이 말했다.
"전부터 안 갈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왜요?"
"갔다 오려면 시간과 돈이 들잖아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안 되네요. 갔다 오면 4년 10개월을 합법으로 일할 수 있는데."
"아내가 남았잖아요!"
"아니, 한국에 아내가 와 있어요?"
"얘, 걔보다 이삼년 늦게 왔죠."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
아내를 두고 차마 떠날 수가 없어서 안 간 거다.
어쩐지!
퐁삭이 처음 온 날,
그가 센터 안에서 상담을 받고 있는 동안, 계단 아래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는 묘령의 여인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퐁삭의 아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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