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가 예상을 깨고 급부상하면서 신민당과 사회당의 30년 묵은 연정 체제를 깨트렸다.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을 아무 당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그리스는 2차 총선 체제로 돌입했다.
하지만 16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신민당이 시리자를 근소한 차로 앞서겠지만 어떤 당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1차 총선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뱅크 런' 현상이 급증하는 등 시장의 전망이 급속도로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등 유럽 국가들과 상대해야할 정부가 꾸려지지 못하면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다.
▲ 그리스 총선 포스터 앞을 지나는 시민. ⓒAP=연합뉴스 |
설사 어느 정당이 집권에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가 즉각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구제금융에 따르는 긴축안을 지지하는 신민당이 1당에 오르는 게 시장과 유럽으로서는 현재의 판을 흔들지 않는 최상의 시나리오이긴 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미 지난달 총선에서 그리스 국민들이 긴축안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주 유럽연합(EU)이 그리스보다 경제규모가 5배 큰 스페인에 '긴축안 없는 구제금융' 결정을 내리면서 '소국인 우리만 바보가 됐다'는 그리스 국민들의 분노가 이는 상황이다.
안토니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이를 의식해 구제금융 조건의 일부 개정을 시사했지만 그리스의 구제금융 상환 일자를 조금 늦추는 정도의 안은 근본적인 위기 해결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는 평가다.
한편, 37세의 젊은 당수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이끄는 시리자가 집권에 성공하면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에 달렸던 긴축정책의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등 유럽 중심국가들은 치프라스의 재협상 요구에 기본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장에서도 시리자의 집권을 '재앙'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뉴욕타임스>는 그리스 정치지도자들이 지난달 총선처럼 정부 구성에 실패할 지라도 EU 등 구제금융 당사자와의 대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협상 테이블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으로서도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강제로 탈퇴시킬 마땅한 장치가 없고, 사마라스와 치프라스 모두 자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할 의도가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어쨌든 대화는 시도해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문은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을 구제하는 것이 헛수고라고 판단하면 그리스는 강제로 자력갱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겠지만 ECB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위기의 전염이 그리스를 구제하는 비용보다 더 크다고 주장했다"라고 덧붙였다.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그리스를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상황에 주시하면서 결과가 드러날 18일부터 19일까지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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