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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비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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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비의 굴욕

[한윤수의 '오랑캐꽃']<527>

젊은 시절 월남 이상재 선생은
심부름을 시키면 하는 둥 마는 둥 성의 없게 했다.
이상히 여겨 물으니 선생 왈,
"심부름 잘하면 자꾸 시키는 법이야."

공장이 이사를 간다.
경기도 화성에서 충남 아산으로.
사장님이 물었다.
"따라 갈래? 아니면 그만둘래?"

이게 꿈인가 생신가?
외국인들은 반신반의했다.
"만일 그만둔다면 사인해주실 건가요?"
"물론이지."
모두 직장이동을 원했으므로 모두 그만두었다.
네팔인 차비만 빼놓고.

그는 일을 너무 잘한 게 탈이었다.
사장님이 그런 일꾼을 놓아줄 리 있나!

몸이 달아서 나를 찾아왔다.
"혹시 다른 방법 없나요?"
"없어."

아산 가야지 별 수 없다.

▲ 네팔인 차비. ⓒ한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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