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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中 천광청 사태…그는 왜 말을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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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中 천광청 사태…그는 왜 말을 바꿨나

"미국에 배신감 토로…미국의 성급함도 원인"

미중 외교 갈등을 촉발시켰던 중국의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사건이 꼬이고 있다. 자발적으로 미 대사관을 나온 것으로 알려졌던 천 변호사가 '외압설'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일을 성급하게 처리하려다가 오히려 난관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변호사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극적으로 들어간 베이징(北京) 주재 미 대사관에서 2일 떠나 베이징 시내의 차오양(朝陽)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달 22일 연금된 집에서 탈출하면서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천 변호사가 대사관을 나가 병원으로 갈 때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가 동행한 점,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중국 정부와 천 변호사의 안전에 대한 합의를 했다고 밝힌 점 등으로 볼 때 양국이 3일 시작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사태를 조기에 봉합하려 한 결과라는 평이 나왔었다.

이후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미국에 천 변호사가 가택연금을 당하던 산둥(山東)성 이난(沂南)현을 가족들과 함께 떠날 수 있도록 하고,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그에게 대학 교육도 받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산둥에서 가택연금을 당할 때 중국 공안이 저지른 탄압 행위에 대한 조사도 약속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가운데 휠체어)가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부인 위안웨이징 씨(오른쪽)와 두 자녀를 만나고 있다. 게리 로크 주중 미 대사(천 변호사 오른쪽)가 옆에서 가족들의 재회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천광청 병원행 후 "미국에 실망했다" 불만 쏟아내

하지만 대사관에서 나온 후 클린턴과의 통화에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는 천광청은 병원에 입원한 뒤 갑자기 알려진 것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2일 밤 <CNN> 인터뷰에서 "난 미국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인권을 보호하길 바란다"며 "우리는 위험에 빠졌다. 클린턴 장관이 우리 가족 전체가 중국을 떠날 수 있게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천은 3일 새벽 <CNN>과의 추가 인터뷰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우리 가족이 나갈 수 있도록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자신과 부인 위안웨이징(袁偉靜)이 중국에 있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천 변호사는 대사관을 떠난 정황에 대해서도 '자발적 선택'이라는 미국과 중국의 설명을 반박했다. 그는 대사관을 떠날 당시 "많은 정보를 알지 못했다"며 "대사관에 머물 때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뉴스를 듣지 못해서 (밖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알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천 변호사는 자신이 대사관을 떠난 것은 미국 관료들이 자신을 독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료가 '천이 대사관을 나가지 않으면 부인을 때려죽이겠다'고 말했음을 미국 측을 통해 전해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 변호사는 "대사관 측은 내게 떠나라고 로비를 했고, 병원에서 사람들과 함께 머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하지만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들이 모두 가버렸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대사관 측의 행동에 매우 실망했다며 속은 기분까지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미국은 그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 이메일 성명에서 "단 한 번도 미 정부 관료가 천 변호사에게 그의 부인과 아이에 대한 물리적, 법적 위협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며 "중국 관료가 우리에게 그런 위협을 가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눌런드 대변인은 "미국의 협상 담당자들은 천 변호사에게 만약 대사관에 머물겠다는 선택을 내리면 중국 정부가 우리(미국 측)에게 그의 가족을 산둥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가족들이 다시 만나기 위해 협상할 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로크 미 대사도 3일 <로이터> 등을 통해 천의 주장을 부인했다. 로크 대사는 "우리는 그에게 떠날 준비가 돼 있느냐고 물었고, 그는 매우 기뻐하며 '수많은 목격자를 앞에 두고 가자'고 말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2일 천 변호사와 동행했던 미 당국자와 의사가 '방문 시간이 끝났다'는 병원 당국의 말을 듣고 떠났으며, 대사관 측은 이후에도 전화 등을 통해 천 변호사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보도해 미국이 천 변호사를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천광청의 변심과 미국의 조급함이 낳은 혼돈"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혼돈에 대해 천 변호사가 '지난 2주간의 고생 끝에 병실에 홀로 남겨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는 공포 때문에 말을 바꿨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 정부가 자신의 곁에 24시간 머물면서 보호해주기를 원했지만 홀로 남겨지자 중국 정부가 다시 자신을 탄압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혼란이 야기된 원인이 천 변호사의 '변심'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발언이 중국과 예정된 전략경제대화를 골치 아픈 인권 문제로 방해받고 싶지 않은 미국의 성급함 때문에 나온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장관은 천 변호사의 용기를 칭송하면서도 중국과 전략경제대화를 해야 하는 자신이 인권 문제 해결에 사로잡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대화에서 위안화 문제나 북핵 문제 등 '본론'을 빨리 꺼내고 싶은 미국이 천 변호사 사건 처리를 서두르다가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3일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처음 거론된 주제는 역시 인권이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이날 개막식 축사에서 "중국과 미국은 상호 이익과 관심사를 존중하면서 현존하는 문제들을 타당한 방식으로 처리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큰 틀에 악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모든 정부가 '우리 시민들'의 존엄에 대한 열망과 법에 의한 통치에 답해야 한다고 믿으며 어떤 나라도 이런 권리를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 된다"고 응수했다.

상황이 혼란스럽게 전개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 내 여론을 주시하며 전략경제대화에서의 발언 수위를 조정하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천광청의 신변을 확보하면서 급한 불을 끈 중국이 미국의 '인권 이슈화'에 호락호락 응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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