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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사격 체험…방정환 선생이 통곡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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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사격 체험…방정환 선생이 통곡할 일"

참여연대 "군사훈련 요소 담긴 병영체험 중단해야"

# 충남 당진의 해양관광공사는 제90회 어린이날인 5일 함상공원에서 함포 발사 이벤트를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삽교호에 있는 함상공원을 찾은 어린이가 추첨을 통해 안전요원의 지도 아래 직접 공포탄을 격발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 해병대 1사단은 지난달 28일 인근 지역 초등학생을 초청해 장갑차 탑승 등 군사장비 견학, 고공강하 시범 등을 제공하는 부대개방 행사를 가졌다. 육군항공작전사령부도 4일 부대를 개방해 어린이들에게 안보영상과 항공장비를 보여주고 헬기 탑승 체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된 어린이날 관련 행사 소식 중 일부다. 전국 각지에서 군부대나 지자체가 준비하는 어린이날 행사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살상용 군사장비를 직접 체험하는 등 군사훈련 요소가 가미된 행사가 있어 국제사회가 합의한 아동 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은 3일 성명에서 "최근 3~4년 간 아동·청소년의 준군사 훈련이 급증하고 있고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동원되고 있다"며 "이는 안보체험, 병영체험 '교육'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군이나 군 관련 기관이 추진하고 미성년자를 동원하는 것이며 내용 역시 보편적인 어린이 인권의 기준으로 볼 때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러한 교육에는 단순한 견학과 체력단련이 포함되어 있지만 '적'에 대한 적개심 주입교육과 군사체험, 살상용 군사장비 체험, 서바이벌 장비 실제 사용, 실탄사격, 특공무술 등 인명살상기술 참관 등이 주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방부는 16세 이상이면 민간인도 예비군 훈련장 등에서 실탄사격을 체험하게 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 지난달 28일 포항에서 해병대 제1사단이 개최된 부대개방 행사에서 참가 어린이들이 전시 장비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1989년 11월 유엔(UN) 총회에서 채택되어 국제사회에서 어린이 관련 인권법으로 기능하고 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CRC)에도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정의를 '18세 미만의 모든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아동 교육의 목적에 대해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이해·평화·관용·남녀평등 및 우정의 정신에 입각해 자유사회에서 책임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준비시킨다"라고 명시했다. 아동 교육이 폭력을 유도하거나 적개심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한국은 1991년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지만 안보교육과 병영체험이 협약의 기준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성명은 "뚜렷한 교육의 목적과 법적 근거, 실행규정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전체 통계와 실상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 자체가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더 우려할 점은 이러한 안보교육과 병영체험이 최근 들어 급증했다는데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육군의 청소년 안보교육 지원은 총 749회로 2010년의 2배에 달했다. 성명은 지난해 3월 국방부,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교총이 학생들의 안보교육 활성화 등에 대한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한 후 비슷한 협약이 각 지역 단위로 퍼져나간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군·관 및 일부 교육단체가 조직적인 노력을 펼친 '성과'라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정부가 강조하는 안보 논리에 가려 아동인권 기준 준수를 촉구하는 국제기구의 노력은 묻히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3,4차 정부보고서에 대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최종 견해' 보고서에서 "18세 미만 아동의 적대행위 참여 혹은 강제 징집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반복한다"며 "적대행위에 아동의 징집 및 참여와 관련한 (협약 관련) 조항 위반을 법으로 명백히 금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지만 정부의 반응은 전무한 형편이다.

성명은 아동권리협약에 대해 "지난 날 전쟁과 군사독재에 아동을 동원했던 역사적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형성된 것"이라며 "독일 나치의 청소년 조직 유겐트와 일제 강점기 아동·청소년에 대한 준군사 훈련,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중고교 학생들에 대한 의무군사 훈련(교련)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성명은 이어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군사훈련 요소와 아동의 군사적 동원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현재의 안보체험 교육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어린이날을 맞아 안보, 적개심, 살상기술, 살상무기가 등장하는 군사교육이 아동의 전인격적 성장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따지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또 "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교육활동, 실탄사격 허용, 상살공격 시범활동 등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국회와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언론과 교육자단체 등 시민사회는 아동의 군사훈련과 관련해서 정부의 아동인권보장 의무위반을 검토하고 판단해서 종합적인 권고안을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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