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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비민주적 헌법 수호 선서 못해…국회 등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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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비민주적 헌법 수호 선서 못해…국회 등원 거부"

'군부가 만든 헌법으로 선거 참여' 비판 의식

버마에서 지난 1일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아웅산 수치와 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23일 예정된 국회 등원을 거부할 예정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수치와 NLD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45석 중 43석을 휩쓸며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지만 당선 직후부터 의원들의 국회 선서 문구를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NLD는 자신들이 선서시 "헌법을 수호한다"는 말 대신 "존중한다"는 말로 대신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수치와 NLD 의원들의 국회 정식 입성 일자는 늦춰질 전망이다. NLD의 니얀 윈 대변인은 지난 20일 이러한 요구 사항을 정부에 촉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통령실에 다시 선서 문구 교체를 요구했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은 일본-메콩강 유역 5개국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고 있어서 상황이 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수치와 NLD가 선서 문구를 두고 갈등을 빚은 이유는 지난 2008년 군부에 의해 개정된 헌법이 비민주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총사령관이 상하원 의석과 지방의회 의석 25%를 군부측 인사로 채울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 조항에 힘입어 군부와 여당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지난 2010년 NLD가 불참한 총선에서 의석의 80% 이상을 싹쓸이했다.

NLD의 국회 등원 거부는 자신들이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해 온 헌법 체제를 수용하고 출마했다는 한계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2015년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NLD가 압승을 거두는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현재 의회에 드리워진 군부의 영향력을 걷어내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의원 선서 조항과 관련한 정부와의 갈등으로 국회 등원을 미룬 아웅산 수치 여사. ⓒAP=연합뉴스

서방 제재 완화 '봇물'

반면 버마 정부는 수치 여사와 NLD의 제도권 정치 입성을 통해 '민주화의 진정성'을 평가받는 계기로 홍보하면서 그간 갈망해 온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투자 유치 등 과실을 거두고 있다.

미국은 20여 년만에 버마 주재 대사를 파견하는 것을 시작으로 민간단체들이 보건·교육·스포츠·종교 분야에서 버마를 지원할 수 있도록 금융 거래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투자와 수출 분야에서의 금융 거래 제재도 일부 완화될 계획이다.

유럽연합(EU)도 23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외교장관회의에서 버마 제재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공식 결정한다. 일본도 자국을 방문한 테인 셰인 대통령에게 21일 약 3000억 엔(약 4조2000원 원)의 부채를 탕감하는 '선물'을 안겨줬다.

하지만 수치와 NLD의 등원 거부 사태에서 보여지듯 버마 민주화의 갈 길이 먼 상황에서 버마에 먼저 발을 들이려는 서방의 잇단 제재 완화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의 버마 인권단체 '집단학살 종식연합'(UEG) 등은 22일 버마에서 여전히 소수민족 반군과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고, 버마 국민 대부분을 위한 개혁 조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며 제재 완화에 '속도 조절'을 주문하고 나섰다.

▲ 21일(현지시간) 식수를 길러 양곤의 한 호수가에 길게 줄을 선 버마 주민들. ⓒAP=연합뉴스
"제재 이미 구멍 뚫렸다" vs "제재 자체가 문제였다"

서방은 제재를 풀고 인권단체는 반대하는 가운데 <BBC>는 23일 버마 정부와 군부가 개혁에 나서게 된 과정에서 서방의 제재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은 지난해 경제제재가 유지됐음에도 버마 경제가 5.5% 성장했다며 이는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중국·태국으로부터 꾸준하게 흘러들어온 투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또 버마의 무역 및 금융 분야에서 포괄적인 제재를 취해온 미국과 달리 유럽은 '큰돈'이 걸린 분야에서의 제재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버마 정부와 군부 핵심인사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지만 큰 규모의 투자에서는 원칙이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방송은 그 예로 1992년 이후 프랑스의 대형 에너지기업 토탈이 수십억 달러를 버마 가스전 개발 및 가스관 사업에 투자한 것을 들었다. 버마의 인권 활동가들은 이 투자에서 버마가 거둔 수익의 대부분이 군부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은 2007년 수많은 사상자를 낸 버마의 '샤프란 혁명' 이후 경제제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도 에너지 분야는 제외했다. 영국의 버마 민주화 활동가 마크 파마너는 유럽의 버마 경제제재가 "한심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내용을 떠나 경제제재 자체가 버마의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동남아시아 국장 짐 델라지아코모는 "제재는 비생산적이었고 (버마 내에서) 서방에 대한 불신을 강화했다"며 "이러한 불신은 군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했고, 군부가 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버마 군부는 제재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배운 반면, 경제제재로 고통을 받은 대상은 버마의 빈곤층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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