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르웨이 테러범 재판, '극우주의 선전장' 되고 있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르웨이 테러범 재판, '극우주의 선전장' 되고 있어"

"브레이비크는 극우 정치인 아닌 살인마" 반발 나와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폭탄테러와 총기난사로 77명을 살해했던 극우테러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대한 재판이 논란을 낳고 있다. 자신의 범행을 후회하지 않는 브레이비크가 재판을 극우주의 선전장으로 활용한다는 비난이 나오면서 스스로를 변호할 권리와 충돌을 빚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지방법원에서 이날 열린 이틀째 재판에서 브레이비크는 지난해 자신이 테러에 앞서 작성했던 1500장 분량 '선언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설명하면서 "나는 내 민족, 내 도시, 내 나라를 대신해 자기방어 차원에서 움직인 것이므로 무죄"라고 주장했다.

브레이비크는 또 자신의 테러에는 악의가 없었다면서 "되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해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내 공격은 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선택과 유사하다", "내 공격 대상이 된 그들은 노르웨이의 문화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민 이들"이라는 말을 쏟아냈고, 타깃으로 삼았던 노동당 청년부를 나치에 비교하기도 했다. 단일민족국가의 '모범사례'로 한국과 일본을 드는 것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 가족들은 브레이비크가 진술 시간을 30분이나 초과해 자신의 극우주의 의견을 피력하는 기회로 재판을 활용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브레이비크를 극우주의 사상을 가진 정치인이 아닌 대량 학살을 저지른 살인마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77명을 총기난사와 폭탄테러로 살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AP=연합뉴스

9개월 만에 열린 재판, '득' 본건 테러범 자신?

지난해 8월 22일 테러 후 9개월 만에 열린 이번 재판은 브레이비크의 진술을 통해 그의 정신상태를 확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레이비크는 구금되어 있는 동안 두 번의 정신감정을 받았는데, 지난해 정신감정에서는 과대망상과 편집증을 갖고 있는 정신이상자로 봤지만 지난 10일 제출된 두 번째 보고서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브레이비크가 결국 정신이상이라는 판결을 받으면 감옥에 가는 대신 정신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판결 여부를 떠나 떠나 앞으로 10주간 지속될 이번 재판이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오히려 득을 본 것은 브레이비크 자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열린 첫 재판에서도 브레이비크는 자신이 '선언문'에서 설명했던 가상의 단체 '성전 기사단'(Knights Templar) 방식의 거수경례를 했고, 법정에서 자신이 만든 반(反) 이슬람 동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브레이비크의 변호인 가이르 리페스타드는 그가 이번 소송에 관심이 쏠린다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정상적인 재판 과정을 거쳐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범인의 의도한 바에 말려들고 있다는 주장이 부딪히면서 재판을 보도하는 언론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AP>는 오슬로 지방법원이 앞으로 진행될 브레이비크와 피해자 진술에 대한 취재를 불허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현지 언론 사이에서도 브레이비크의 선전영상을 보도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재판의 핵심인 브레이비크의 책임 여부를 가리는 보도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브레이비크, 잘못된 근거 들며 '헛소리'

브레이비크가 재판에서 장광설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에 근거한 주장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디언>은 17일 "브레이비크가 2010년 2월 <타임> 기사를 인용해 '영국 국민 5명 중 3명이 영국사회가 다문화주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잘못 인용한 것"이라며 당시 응답자들은 이민자가 아닌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브레이비크는 오스트리아에서 우파 정치인인 고(故) 외르크 하이더가 보수 연정에 참여했을 때 당시 유럽연합(EU) 14개 회원국이 오스트리아를 제재했다며 이는 '보수 정치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 좌파 세력이 민주주의를 보이코트하는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문은 2000년 2월 하이더가 이끄는 자유당이 보수연정에 참여했을 때 요슈카 피셔 당시 독일 외무장관은 "과거 독일 나치와 의심스러운 관계를 형성했던 반 유럽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정당이 EU 회원국 정부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며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브레이비크가 "오슬로에서 노르웨이인들은 소수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지만 오슬로 주민 약 60만 명 중 이민자나 이민 2세의 비율은 28.4%라고 덧붙였했다.

지난해 테러 생존자 중 한 명인 토레 신딩 베케달은 신문에 "물론 (브레이비크의 말)은 지루하고 우습지만 그의 정치적 관점과 성격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중요한 부분"이라며 "어떤 점에서는 그의 말이 지루하게 들리는 게 재판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보여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