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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발사 실패 '쿨하게' 인정한 北, 3차 핵실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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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성발사 실패 '쿨하게' 인정한 北, 3차 핵실험은?

[토론회] '김정은 리더십' 새로움 있지만 핵실험 전망 엇갈려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정치권력 교체가 예고된 2012년이 한반도 정세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왔다. 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권력교체기를 맞은 국가는 북한이었다.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급서한 후 김정은 후계체제로 들어선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돌(태양절)인 4월 15일을 즈음해 '광명성 3호'를 실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동시에 북한 지도부는 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잇따라 열고 김정은을 제1비서와 제1국방위원장에 추대해 사실상 후계체제 완성을 선언했다.

김정일 사후 정국을 수습하고 후계체제를 확립하려는 북한의 성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로켓 발사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이 채택됐고, 중국도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태양절을 맞아 예상됐던 '강성국가' 선포는 북한의 열악한 경제현실을 감안해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최고지도자로 등극한 만 29세 김정은이 국내정치와 대외관계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평화포럼은 1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흥사단 본부에서 '권력승계 100일, 김정은의 선택: 광명성 3호 발사와 당대표자 회의를 통해 본 북한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봉조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상임대표(전 통일부 차관)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발사 2분15초 만에 실패로 끝난 북한의 로켓 발사가 김정일의 유훈통치 차원에서 나왔다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하지만 북한이 처음으로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체제의 달라진 통치 유형을 엿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반발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렸다.

김정은 후계체제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지도부의 신·구 조화가 이뤄지고, 당 조직이 정비되면서 김정일의 유훈인 선군정치에서 당 중심의 통치체제로 완만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 유학파인 김정은이 민생 회복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등이 북한과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포용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북한의 로켓 발사, 무엇을 남겼나

북한의 위성 발사가 김정일 사망 이전부터 계획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흥미로운 점은 이를 강행하는 과정"이라며 "외신 기자들을 불러서 로켓을 공개하는가 하면,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점 등은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통치스타일을 확인해줬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로켓 기술을 활용한 이란이 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것을 보고 성공을 확신해 외신을 초청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창수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장은 위성 발사의 목적을 체제선전용, 군사적 목적으로 쓰일 수 있음을 밝히는 대미 시위용, 협상을 위한 판촉용으로 구분했다. 김 전 국장은 특히 마지막 목적에 대해 "지난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과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미사일 협상을 벌일 때 북한은 위성 '대리발사' 및 미사일 기술 수출 중단에 따른 지원을 요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김정은 체제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줄어든 상황에서 북미 2.29 합의가 나온 것은 뜻밖이었다"며 "발사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걸 북한 지도부가 모르지 않는 상황에서 발사가 감행된 것은 김정은 스스로가 외교적 게임을 치를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군부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북한의 '은하 3호' 로켓. ⓒAP=연합뉴스

北, 3차 핵실험 감행할까

북한이 위성 발사에 실패함으로써 손상된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패널들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지만 반론도 제기됐다.

서주석 전 청와대 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은 2.29 합의에서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핵실험을 한다면 의장성명에 협조한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핵실험에서 사용됐던 플루토늄은 핵실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농축 우라늄은 보유 자체만으로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실험을 해도 실익이 남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 전 수석은 16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이번 발사를 '북한 우주개발 5개년 계획'의 첫단계 사업이라고 밝힌 점을 언급하면서 핵실험보다 준비 과정에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재차 위성 발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에 정욱식 대표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론은 2009년에도 나온 바 있지만 북한은 결국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며 "북한은 2차 핵실험 당시 5~6개월 걸려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한 경험이 있고, 중국도 지도부 교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 안정을 중시해 적극적인 대북 제재 동참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석 극동문제연구소 동북아연구실장은 "'도발-협상-대북지원-도발'이라는 과거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핵실험까지 가는 것은 굉장한 모험일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봐도 한국과 미국이 대선을 치르는 해에는 북한이 강경책의 수위를 조절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김정은 체제가 공고화되는 과정으로 나아가면 추가적인 강경책을 쓰지 않을 것"라면서도 "고립 상황 자체를 흔들기 위해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슈를 만들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김창수 전 국장은 "과거 핵실험 상황은 미국을 떠보거나 밀어붙이기 위해 벌어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 김정은 체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강력한 군사태세를 유지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위성 발사 실패 문제는 북한 입장에서 여러 현안 중 하나일 수 있어서 김정은 체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15일 열병식에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공개하면서 나름의 카드를 보여줬고, '백업카드'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분리해서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또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됐기 때문에 섣부른 위기를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일성의 유언 중 제재를 풀고 경제발전을 위해 대외관계 부문을 신경 쓰라는 내용이 있는데 핵실험을 할 경우 그러한 유훈을 반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북한, '군'에서 '당'으로?

지난 11일 당 대표자회의와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를 통해 면모가 드러난 북한 지도부도 주된 관심사였다.

고유환 교수는 "3년상을 치뤘던 김정일과 달리 4개월만에 후계체제를 완료한 것은 서두른 측면이 있다"며 "권력 이양 과정이 장기화될 경우 소요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주석 전 수석은 김정은의 승계 과정을 통해 북한의 당 체제가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인데 주목했다. 서 전 수석은 "당 중앙군사위는 그 동안 실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2009년 당 대표자회가 열리면서 정상화됐고 이번 대회를 거치며 제도화가 진전됐다"고 말했다.

서 전 수석은 또 군 출신이 아닌 최룡해가 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고 김정각이 김영춘 대신 인민무력부장을 맡는 등 북한 군부 실세가 교체되면서도 원로 지도부들 또한 당에서 한 자리씩 직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과 당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복합적이고 다원적인 인사운영을 통해 체제 정상화를 꾀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북한의 기구도, 인물표를 봐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향후 북한 지도부의 방향을 투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라고 분석했다.

김창수 전 국장도 "군부 원로들이 김정일 사후 퇴진하는 것처럼 비춰졌지만 다시 등장하는 등 권력 안배가 철저히 이뤄졌다"며 "얽히고설키어 서로 크로스체크(cross-check)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 15일 북한 인민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 ⓒAP=연합뉴스

'김정은 시대'를 마주한 한국의 선택은?

패널들은 앞으로 북한 지도부가 체제 공고화를 위해 김정일의 유훈인 선군정치를 강조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련의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창수 전 국장은 "현재 막 안착하기 시작한 김정은 체제는 정착되기까지 선군정치와 군사력 강화 노선에 기반을 둘 것"이라며 "핵과 인공위성이 김정일의 유산이라면 김정은 시대에 해야 할 일은 경제강국 건설인데 개방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군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국장은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포용정책으로 북한의 경제적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높여나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욱식 대표도 북한이 과거 중국이 핵 억지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방한 뒤 십 수 년간 군비를 억제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뤘던 모델을 답습하려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동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햇볕정책에 대해 "핵, 식량, 인권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준의 변화를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햇볕정책을 추진할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상황에서 야권은 핵, 미사일, 인권 문제 등에 대한 해법과 대안을 마련해 '안보문제에 강하다'라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윤홍석 실장은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북한 경제를 조사한 결과 적어도 현재 주민들이 굶어서 죽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핵심은 장마당"이라며 "장마당을 통해 구하는 생필품의 80%가 중국산인데 주민들은 김정은이 더 많은 개방을 하면 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 실장은 "북한은 초기에는 중국을 통해 한시적으로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며 "경제적인 힘이 되는 곳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노동당 간부를 대상으로 자본주의를 포함한 경제개혁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16일자 <마이니치> 보도와 관련해 고유환 교수는 "지난 3월 북한의 국장급 간부 12명이 미국을 방문해 약 보름 동안 실리콘벨리와 농장 등에서 '자본주의 속성교육'을 받았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 교수는 "그런 새로운 (사고를 가진) 지도자를 외부의 세계가 잘 인도해 북한이 정상국가가 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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