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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김용, '진보 지지 vs 경제지 반대' 역전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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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김용, '진보 지지 vs 경제지 반대' 역전현상

영미권 주류언론은 개도국 출신 지지, 왜?

세계은행이 새 총재 선출 절차에 돌입한다. 미국이 지지하는 한국계 미국인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과 개발도상국 출신 후보가 맞부딪혀 전례 없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번 선거 결과는 20일을 전후해 드러날 예정이다.

세계은행은 9일(현지시간)부터 김 총장 및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재무장관, 전 콜롬비아 재무장관이었던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상대로 면접에 들어간다. 세계은행 이사회의 투표는 18일로 예정되어 있다.

중국과 브라질도 김용 지지

김 총장은 1944년 세계은행 설립 이후 '미국 국적의 백인'으로만 총재직을 채워왔다는 비난에 직면한 미 정부가 지난달 꺼내든 '깜짝 인사'다. 아시아계라는 점을 앞세워 '미국 독점론'에 저항하는 개도국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고, 빈곤국 보건 구호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워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처럼 미 정부와 얽혀있는 정치적 인사도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김 총장의 대항마로 나서 개도국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오콘조-이웨알라 장관과 오캄포 교수의 선전도 만만치 않다. 과거 세계은행 근무 경험이 있는 오콘조-이웨왈라는 지난 5일 전직 세계은행의 관료 39명이 공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힘을 얻었다. 오캄포 교수도 4일 세계 경제학자 125명의 지지를 얻어내며 세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은행의 선출 절차를 감안하면 김 총장의 당선을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세계은행은 각 국가 또는 지역을 대표하는 이사 25명이 모여서 총재를 확정하는데, 미국은 전체의 15.61%에 해당하는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총재직 선출에 전체 지분 8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규정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만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미국 독식론'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김용 카드'가 주요 개도국에 먹혀드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의 김 총장 지명 소식이 들린 후 중국 언론은 미국 국적 총재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김 총장 자체에 대해서는 적절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김 총장이 4~5일 신흥경제국으로 급부상한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 총장에 대해 세계은행 지분의 9.34%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이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 출신 총재에 대한 '반대그룹'으로 분류되는 개도국들은 최대 36%의 지분을 갖지만 이 안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우방국도 있어 단합된 행동을 보일지 미지수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 독식'이라는 밀월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연합(EU, 지분 32%)이 이제 와서 등을 돌릴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한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아래 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에서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아래 왼쪽)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지명한 후보 진보가 지지하고, 개도국 후보를 경제지가 미는 '기현상'

김 총장의 선출이 유력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주목받는 이유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기현상' 때문이다. 미·EU 주도의 경제체제를 옹호해오던 영미권의 주류 경제지들이 이번에는 김 총장의 경험 부족을 지적하며 오콘조-이웨알라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과거 신자유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을 비난하던 진보 진영이 미 정부가 추천한 김 총장에 어느 정도 기대를 드러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김 총장이 금융경제에 대한 경험이나 공직 경험이 없는 인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하지 않았으면 어느 진영의 후보로도 추대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잡지는 반면 오콘조-이웨알라 장관을 '정통 경제학자'라고 치켜세웠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8일 칼럼을 통해 빈곤국의 세계 시장 접근 및 개발 구호를 균형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는 오콘조-이웨알라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성장 제일주의를 비판한 김 총장의 과거 저술을 지적하며 오콘조-이웨알라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오콘조-이웨아라 장관 역시 미국에서 주류 경제학을 전공한 인물로 과거 세계은행 총재를 맡았던 인사들과 정체성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있다. 출신지로만 보면 개도국의 입장에서 총재직을 수행할 인물로 보이지만 현 세계은행의 체제를 흔들지 않고 선진국들의 이해관계를 따를 것이란 주장이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 개혁'이라는 의제를 걸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김 총장의 지명 소식을 듣고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물러났던 진보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의 지지층 중에서 김 총장에게 기대를 거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김용 카드

미국 민간단체 전미외교협회(CFR)의 토마스 볼리키는 8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세계은행 총재직을 걸고 전례 없이 벌어지는 경쟁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 총장이라는 미 정부의 깜짝 카드가 개도국 출신 경제전문가들이 출마 의사를 굳히는 기회를 열어줬고, 미·EU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도되던 과거와 달리 개도국들이 제 목소리를 냄으로써 세계은행 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볼리키는 이어 세계은행의 주된 자금줄인 월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인 총재를 앉히던 관행은 자본의 글로벌화가 이뤄지면서 구식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선진국이 정부 관료나 주류 경제학자 출신을 총재로 내세운 결과 세계은행의 전통적인 구호 활동에 들어가는 지출은 전체 수입의 1%에 불과한 반면 특정 국가에 대한 상업적 목적의 투자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볼리키는 김 총장의 금융 지식 부족에 대한 비판에 대해 신임 총재가 앞으로도 국가 간 차관과 같은 대출 업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주장이라며 미 정부와 김 총장이 이러한 세계은행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개도국들에 보여줌으로써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거에 비해 빈곤국들의 경제가 성장했지만 보건과 교육, 환경 규제들이 뒤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건·환경 이슈 등에 직접적인 지원활동을 펼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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