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무슨 외국인 노동자에 관심이 있을까마는,
작년에 이어 그 대학에 가는 것은
학생들의 인기투표에서 내가 13명의 강사 중 2등을 한데다가,
두 시간 강의에 무려 백만 원을 주기 때문이다.
그 돈은 작년에 내가 번 거의 유일한 수입이었으니
어찌 안 갈 수 있으리오.
KTX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가자
세찬 바람을 뚫고 새마을노래가 들려온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유세차량이다.
내가 70년대로 돌아왔나?
정신이 혼미해진다.
뭔가 조짐이 안 좋다.
역전 택시는 가까운 데는 통 안 가려들어서
버스에 오르며 혹시나 하고
"서울 교통카드는 안 되나요?"
물으니 기사가 역시나
"안 됩니다."
한다.
동전을 닥닥 긁어 1200원을 냈다.
학교 옆 식당에 들어가서 빨리 된다는 돌솥 비빔밥을 시켰다.
밥을 다 먹어 가는데 담당 교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어디 계세요?"
"밥 먹고 있는데요."
"어? 안 되는데. 예약을 해놨는데. 제가 같이 식사하자는 메일을 안 보냈던가요?"
"예. 그런 연락이 없으셔서."
"아, 이거 곤란한데요. 학장님하고 산학협동 위원장님이 기다리시는데."
좌우간 되는 일이 없다.
복집으로 불려가 두 번째 점심을 먹으니 생전 들어가나?
위원장님과 뭔가 공무를 의논하던 학장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밥을 통 못 드시네요."
강의실에 들어가 학생들의 눈을 보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학점과 관계없는 패스 논패스 과목인데다 점심식사 후 딱 졸린 시간이니까.
교수가 나를 소개한 후
아뿔사,
해서는 안될 말을 했다.
"졸지 마세요!"
그 말이 신호가 된 듯 학생들은 끝내 전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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