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폭스콘의 변화, 중국산 저가 상품 시대의 종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폭스콘의 변화, 중국산 저가 상품 시대의 종말?

"중국 공장들도 비용 압박…변화 속도 느릴 수 있어"

애플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자신들의 세번째 태블릿PC 모델인 '뉴 아이패드'를 499달러(16GB 기준)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제품을 기존 것과 같은 가격으로 내놓고, 이전 모델은 가격을 낮추는 애플의 정책이 변함없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애플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축복'으로만 여기는 소비자들은 줄어들고 있다. 애플의 가격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저임금을 받는 중국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 얻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애플의 가격경쟁력이 앞으로도 똑같이 발휘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미 공정노동위원회(FLA)가 지난 2월 애플의 의뢰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만드는 폭스콘의 중국 공장 노동자 3만5000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의 법정 노동시간인 주 49시간을 훨씬 넘겨 평균 60시간까지 일하는 이들이 발견됐다. 열하루를 휴일 없이 일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나 동료의 사고를 경험한 이들도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FLA의 보고서가 나온 지난달 말 중국을 찾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폭스콘 공장을 둘러보고 노동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내 12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한 폭스콘이 변화한다는 것은 저임금 노동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 되어 온 중국의 경제적 위치 자체를 변화시키는 의미가 있다.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제조 공장을 가진 폭스콘이 임금 수준과 노동환경을 개선하면 후발 업체들은 인력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 제품의 터치 패널 등을 만드는 대만 기업 윈텍의 제이 후앙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일 <로이터>에 "중국의 저비용과 저임금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시장이 값싼 제품을 제공하길 바란다"며 "과거 그들은 중국의 값싼 비용을 찾아냈지만 이제 우리 모두는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어야 하고 윤리적인 기업으로서 노동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데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제조하는 폭스콘의 중국 공장. ⓒ로이터=뉴시스

중국의 변화, 이번엔 다르다?…비용 부담은 누가?

서방의 기술력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결합하는데 대한 비판이 제기된 게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주로 중국으로 넘어온 이주노동자들의 처우에 논란이 집중됐고, 공장들은 그런 비난을 피해 중국 내륙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빈곤 지역의 노동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현재는 중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어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홍콩대의 지강 타오 교수는 <로이터>에 "현재 중국 내부로부터 (과거 중국을 감시하던 서방의 노동단체보다) 더 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불안, 경제적 격차에 따른 사회 분열, 부의 재분배 요구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통신은 변화에 따르는 '비용'을 누가 지불하느냐의 문제에는 물음표가 달려있다고 전했다. 폭스콘의 노동 착취는 중국 정부가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사실상 노동 환경 감독 의지를 보이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애플과 같은 원청업체가 가격경쟁력을 위해 하청업체를 압박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패드2(32GB)의 가격 600달러 중 부품 가격이 약 300달러, 제조 비용이 약 10달러이며 폭스콘가 남기는 이익은 출시가의 2%(12달러)가 채 안된다.

애플의 하청업체 중 하나인 페가트론의 찰스 린 CFO는 "(노동 착취 논란은)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부담을 다 감당해서는 안된다"라며 "하청업체들이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이익을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애플과 같이 '큰 손' 고객을 두고 있는 폭스콘은 오히려 상황이 나은 편이다. 홍콩의 시민단체 '기업의 부정에 반대하는 학생과 학자들'(SACOM)에서 활동하는 데비 찬은 대중에 대한 이미지를 신경써야 하는 애플이 폭스콘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데 드는 비용을 마케팅 비용으로 이해하고 내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애플과 같은 고객을 두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비용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변화가 방향성은 유지하더라도 그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일부 활동가들은 사회적 여론에 못 이겨 기업이 주도하는 개선 노력은 한계가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환경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FLA의 조사에서 상당수의 폭스콘 노동자들은 일을 더 오래 하더라도 돈을 더 받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사측과 정부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드는 것이 당장 가능한 과제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