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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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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염소

[한윤수의 '오랑캐꽃']<506>

금형을 교체하다가 6백 키로 쇳덩이가 떨어져 캄보디아 노동자의 발을 쳤다.
바로 떨어졌으면 발이 으스러졌을 테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비껴 맞아서 1, 2, 3, 4지 발가락뼈 4개만 부러졌다.
50일 입원하고 25일 더 통원 치료를 받았다.

노동부 고용센터에 가서 직장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또 다칠까봐 무섭거든요. 거기서 일 안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공무원은 거절했다.
"직장이동 안 돼."
"왜요?"
"그 일 안 하고, 다른 일하면 되잖아."
겁에 질려가지고
"거기서요?"
"응, 거기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사출회사는 밥 먹고 하는 일이 금형 가는 건데, 어찌 그 일을 안 할 수 있나?

*산재를 당해도 끄떡도 않는 노동부,
움직이지 않는 공무원을 보며
프랑스 염소가 떠올랐다.

알프스 기슭의 산골 마을.
어느 할머니가 씨받이용 숫염소를 갖고 있다.
이 숫염소의 씨를 받으면 틀림없이 우량종을 낳았으므로 암염소를 가진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하지만 이 할머니, 접붙이는 돈을 너무 호되게 받아서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면장이 표도 얻을 겸 정부예산으로 염소를 구입해서 면사무소 뒤뜰에 매어놓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후론 이 염소가 교미를 붙지 않았다.
면장이 답답해서 할머니를 불러 자초지종을 알아보게 하였다.
할머니가 뒤뜰에서 염소와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왔다.
면장이 물었다.
"교미를 왜 안 붙는답디까?"
할머니가 염소의 말을 전했다.
"<공무원이 일하는 거 봤냐?>고 하네요."

*산재를 당해도 끄떡도 않는 노동부 : 과거에는 노동부에서 산재가 발생한 공장에 현장조사를 나갔다. 그러나 지금은 중상이 아니면 현장조사도 나가지 않는다. 왜? 경영자단체에서 사업주를 위축시킨다며 조사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래 가지고야 사업주들이 무슨 안전에 관심을 갖겠나? 산재는 난 데서 계속 난다. 참 이상하게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권이다.

▲ 골절된 발가락.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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