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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능대표로만 채워진 국회 보건복지위, 이젠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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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능대표로만 채워진 국회 보건복지위, 이젠 바꾸자"

[기고] "환자 목소리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4.11총선이 코앞이다. 정당의 지역구 공천 작업이 끝났다. 공천혁명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정당들은 공천한숨만 돌려주었다. 감동은 없고 잡음만 무성했다. 특히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당의 체질을 바꾸는 공천이었는데 이들은 정당의 무늬만 바꾸는 공천을 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그것은 참여였다. 그래서 각 정당들도 과거 밀실공천 관행을 타파하고 국민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겠다고 공헌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여전히 계파 공천이요, 코드 공천이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에 합의함으로써 민주통합당에 등을 돌리려던 국민들의 어깨를 겨우 잡아 놓은 상태다. 새누리당도 역사관 문제로 국민으로부터 비난 봇물이 쏟아진 이영조, 박상일 씨에 대한 공천을 전격 철회하는 등 '우리는 민심을 의식합니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기분 좋고 통쾌하다.

그렇다면 시작은 지금부터다. 각 정당들은 이번 주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신청을 받고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다음 주면 최종 명단이 발표될 것이다. 이번 총선의 당락은 각 정당들이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 있어 타 정당과 얼마만큼 차별화되고 국민의 속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줄 후보를 추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진짜 원하는 19대 국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난 18대 국회를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가 재미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자인권 수준이나 보호의 정도는 쉬운 말로 밑바닥 수준이다. 병원에서 의사는 제왕적 위치에 있고, 약사는 환자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제약사는 높은 약가를 받기 위해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등 의료공급자의 횡포에 환자들은 무력한 상황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인권과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환자권리법'이나 매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병원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병원감염관리법' 등 환자가 의료현장에서 절실하게 요청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은 18대 국회에서 없었다.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관정책과, 의약품정책과, 한방정책과 등 의료공급자 지원을 위한 소관부서는 있지만 '의료소비자정책과' 등과 같이 환자, 의료소비자를 위한 소관부서는 없다. 보건복지부에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법정위원회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의료소비자위원회 등과 같이 환자의 인권과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법정위원회는 없다.

왜일까?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환자를 대신해 정부에 환자인권 정책이나 제도를 주문하는 국회의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 보자. 18대 국회에는 의사 4명, 약사 3명, 치과의사 2명, 한의사 1명, 간호사 2명 등 의료공급자 출신만 총 12명이나 있었다. 이 가운데 정원 24명의 보건복지위원회에 총 7명의 의원이 활동했다. 하지만 환자를 대표해 활동한 의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을 대표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의원이 환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었다.

환자들은 환자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법률개정안이 있어도 국회의 어느 의원을 찾아가야 할지 항상 고민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환자와 가장 유사한 장애인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민주당 박은수 의원, 한나라당 이정선의원,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 등이다. 18대 국회에서 환자는 꼽사리에 불과했다.

19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각 정당들은 이번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 있어 의사, 약사, 한의사, 간호사 등 직능을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것에 대해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보건의료 영역을 대표할 수 있으면서 환자 중심의 보건의료 환경을 만들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후보로 뽑아야 한다.

각 정당들이 다음 주 비례대표 국회의원 공천자 최종 명단을 발표할 것이다. 이때 환자들의 입에서 '저게 뭐야!'라는 탄식과 불만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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