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그룹, 소송 앞두고 이맹희 씨 만난 듯
하지만 반전이 생겼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CJ 계열사 법무팀 관계자가 지난 11일 이맹희 씨의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맹희 씨는 현재 중국 베이징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CJ 계열사 법무팀 관계자와 이맹희 씨의 소송 대리인은 하루 뒤인 12일 귀국했고, 이날 소장을 제출했다. CJ 그룹 측이 소송을 앞두고 이맹희 씨와 의견 교환을 했다는 추정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다면, 이맹희 씨의 소송 제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던 CJ 그룹 측의 앞서 반응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CJ 계열사 법무팀 관계자와 이맹희 씨의 소송 대리인이 같은 비행기로 베이징을 왕래한 일이 우연일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선 이맹희 씨가 소송을 제기하며 납부한 인지대 22억4900만 원 역시 CJ 그룹의 도움으로 마련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오랜 낭인 생활을 한 이맹희 씨가 22억 원이 넘는 돈을 단숨에 동원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게다. 게다가 소송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이런 의심에는 더욱 무게가 실린다.
'개인 차원의 소송'?…'그룹 대 그룹'의 전쟁!
이번 소송의 배경에 CJ 그룹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다면, 향후 전망은 상당히 복잡하다. 이맹희 씨가 삼성 그룹 경영권을 동생에게 뺏긴 데 대한 개인적 억울함을 푸는 차원이 아니라는 게다. 이재현 CJ 회장이 이병철 집안의 장손으로서의 몫을 챙기려는 시도일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지배구조 및 후계구도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CJ 그룹은 삼성 직원이 이재현 CJ 회장을 미행했다며 지난 23일 경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 역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생겼다. 이맹희 씨가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CJ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있다는 걸 삼성이 미리 알고, 조직적인 대응을 했다는 게다. 처음부터 '그룹 대 그룹의 전쟁'이라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재벌가 형제들의 재산 다툼, 그보다 중요한 쟁점들
한편, 이맹희 씨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화우 측 변호사는 자신의 출입국 기록이 언론에 낱낱이 까발려진 데 대해 몹시 당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감한 사안을 놓고 다투는 변호인의 개인정보가 노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소송 자체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묻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또 재벌 문제를 오랫동안 파헤쳐 왔던 시민단체 역시 못마땅한 기색이다. 재벌가 형제들의 상속 다툼 이면에 있는 중요한 문제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앞서 참여연대는 "문제의 본질은 △차명주식이 실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차명주식의 전환 과정이 적법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세금 포탈 등 불법은 없었는지, △(삼성가 형제들은) 정당한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고, 국세청이 이를 추징해야 할 임무를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 지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다툼에 대해 "'남의 돈'을 서로 갖겠다고 싸우는 형국"이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분쟁 대상인 삼성생명 차명주식 가운데 약 절반이 '상속과는 무관한 차명주식'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설령 이런 지적을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증여세 문제는 남는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자녀 모두가 상속권 주장이 가능하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주식의 실명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증여세 2조 3000억 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맹희 씨. |
만약 CJ 그룹 측이 언론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판명이 나면, 형제 간 다툼을 하고 있는 삼성과 CJ 양 측은 한 차례씩 번갈아 망신을 사게 된다. 삼성의 '미행', CJ의 '거짓말' 순이다. 그래서 언론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세금 추징, 경영 투명성 등 그보다 중요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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