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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문턱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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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문턱Ⅱ

[한윤수의 '오랑캐꽃']<357>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사람 편에 돈을 부치는 *캄보디아인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왜 그랬을까?
캄보디아에 계좌도 없지만,
*은행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아이구, 위험해라.

나는 그를 설득하여
1. 캄보디아에 엄마의 계좌를 만들고
2. 그걸 근거로 외화송금계좌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베스나는 떠났다. 퇴직금과 임금 일부를 못 받은 채.

캄보디아에 간 그는 결혼식 마칠 때까지는 잘 참았다. 하지만 그 후에는 거의 매일 전화했다.
"목사님, 왜 돈 안 줘요?"
"재판까지 가야 돼. 기다려."
"언제까지 기다려요?"

내가 베스나의 집요한 독촉에 거의 미쳐갈 무렵, 회사에서 우선 퇴직금만 입금했다는 연락이 왔다. 286만원.
"설마 제가 부탁한 대로 외화송금계좌로 넣으셨겠죠?"
"아마 그럴 걸요."
"입금증을 팩스로 좀 넣어주실래요?"

팩스가 왔는데 보니 아뿔사!
월급 주던 기업은행 통장으로 돈이 들어가 버렸다.
미치고 팔짝 뛰겠다.
베스나도 없고 통장도 없는데 무슨 수로 이 돈을 찾나?

베스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업은행 통장 아직 갖고 있어?"
"아뇨."
"어쨌어?""없앴죠."
역시 이놈은 은행 반대파야!

대략난감이다.
회사에 항의했다.
"일부러 골탕 먹이려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돈도 못 찾게시리 해놓고! 결자해지(結者解之)니까, 회사에서 해결하세요. 안 그러면 퇴직금 받은 걸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회사에서는 일절 반응이 없었다.

베스나는 계속 전화 오죠. 돈 찾을 방법은 없죠.
애가 타 목이 바짝바짝 마르다보니 악 밖에 안 남는다.
좋다!
베스나의 월급통장을 발급한 기업은행 00지점에 미친 척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 지점 통장에 들어간 돈을 캄보디아로 보낼 방법이 없을까요?"
"그 사람 출국한 게 확실한가요?"
어쩐지 느낌이 좋다.
"예. 출국증명서를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신원을 증명할 만한 서류도 있죠?"
옳거니!
"예, 여권과 등록증 사본이 있고 노동부의 지급명령서까지 있습니다."
"캄보디아에 계좌가 있겠죠?"

후유, 안 만들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예. 물론이죠. 엄마의 계좌가 있습니다."
"그럼 팀장님께 여쭤보고 전화 드리죠."
5분 후 전화가 왔다.
"거래외국환은행을 저희 지점으로 지정하시구요. 자동이체송금신청서를 작성해 보내주시면 송금해드리겠습니다."
"아이쿠, 감사합니다. 돈은 언제쯤 받아볼 수 있나요?"
"약 4일 후 엄마의 통장으로 들어갈 겁니다."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다.
역시 통장은 있어야 한다!
ⓒ한윤수

*캄보디아인 이야기 : 오랑캐꽃 305번(2010년 11월 15일자) <은행문턱> 참조.

*은행이 더 비싸기 때문 : 천 달러 부칠 때 은행송금 수수료는 만 5천 원인데 비해, 사람 편에 부치면 만 2천 원밖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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