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6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자신을 지지하는 슈퍼팩인 '미국을 위한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 지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선거캠프의 책임자 짐 메시나는 이날 밤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공화당 측 슈퍼팩이 쏟아내는 오바마 비난 광고에 대항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호소했다.
'슈퍼팩'은 '슈퍼 정치행동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의 줄임말로 특정 후보의 선거캠프를 직접 도울 수는 없지만, TV 광고 등을 통해 지지 의견을 내는 등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다. 또 이들이 쓸 수 있는 자금에는 제한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과 거부들의 막대한 기부금이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슈퍼팩은 2010년 미 대법원이 '정부가 기업이나 노동조합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지출을 제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공화당 대선 유력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지지하는 슈퍼팩은 지난해에만 3000만 달러를 모금해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뉴트 깅리치 등의 경쟁자를 공격하는 TV 광고에 막대한 돈을 썼다.
2010년 대법원 판결 당시 "미국의 선거가 국민이 아닌 이익집단이나 외국의 자금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비판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것은 슈퍼팩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자금력 때문이다. 오바마가 그 동안 슈퍼팩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오면서 자신의 슈퍼팩이 지난해 모은 자금은 410만 달러로 밋 롬니의 슈퍼팩이 모은 돈의 14%에 불과하다. 앞으로 TV 광고 등을 통한 여론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짐 메시나도 이메일에서 "우리 선거캠프는 있는 그대로 법의 현실에 직면해야만 했다"며 "공화당 후보는 무제한 지출의 덕을 보고, 민주당은 일방적으로 당할 수는 없다"고 법원과 공화당 탓을 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선거 자금줄인 '슈퍼팩'에 대한 자신의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AP=연합뉴스 |
공화당은 곧바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비난에 나섰다. 7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공화당)은 "(오바마의) 또 다른 깨어진 약속"이라며 말바꾸기에 초점을 맞췄다. 공화당 지지 단체 '아메리칸 크로스로드'의 조너선 콜레지오 대변인도 "오바마와 그의 정치 보좌관들에 의한 뻔뻔하고 자기중심적인 움직임"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과거 정당 기부금 금지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던 러스 페인골드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7일 성명에서 오바마의 결정이 "악마와 함께 춤을 추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페인골드 전 의원은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는 마음에는 이해가 가지만 이번 결정은 민주당을 친기업 정당으로 만들고 싸움터에서 패배하는 결과를 낼 것"이라며 "결국 공화당이 더 많은 돈을 확보해 더 많은 돈을 선거자금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돈 선거'를 '돈 선거'로 이기려는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들과 부자들로부터 무제한으로 돈을 끌어들이는 슈퍼팩을 활용함으로써 부패한 기업정치를 끌어안는 잘못된 노선을 택했다"며 "이는 단지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어리석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페인골드 의원은 "부패한 선거 전술은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진보적 전략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공화당의 방식으로 움직일 때 국민들은 민주당을 약하고 잘못된 대안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