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울대 대학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서울대 안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사이트에선 이 사건을 다룬 기사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서울대판 <도가니> 사건'이라는 게다. (☞관련 기사 : 대법원으로 간 서울대 성폭행 사건, 전말은…)
이 사건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피고인의 신체감정서를 근거로 무죄가 선고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피고인의 성기가 휘어져 있다는 피고인 측 변호인단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오는 2월 1일,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한 상고 심사를 진행한다.
상고 심사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서울시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대법원은 서울대 대학원 성폭행 사건 재판을 즉각 속행하고 가해자에 대한 신체감정을 다시 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1심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받아들여져 유죄 판결이 났지만, 2심에서는 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가 등장하고 왜곡된 '신체 기형' 증거가 새로 나오면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다"며 "법과 정의를 운운하며 한 사람의 삶을 나락으로 빠뜨린 재판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사태를 방관한 지도교수와 학교 당국은 사과하고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이 사건 피해자는 <프레시안>과 만난 자리에서 대학원 연구실의 남성 중심 문화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피고인이 연구실 대학원생들에게 "무고하게 신고 당했으니 증언을 해달라"며 피해 사실을 유포하고 다녔다고 밝혔다. 그 결과, 피해자가 연구실 안에서 따돌림까지 당했다는 게다. 이런 상황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이 지도 교수 및 학교 당국에게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관련 기사 : 대법원으로 간 서울대 성폭행 사건, 전말은…)
대학원 연구실에서 발생한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993년 서울대 화학과 연구실에서 실험조교가 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실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대학원 연구실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문화가 한동안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도 서울대 총학생회 등이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공론화 했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성폭행 사건은 그로부터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서도 바뀐 게 별로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마침, 서울대 총학생회 역할을 대행하고 있는 서울대 단과대 학생회장 연석회의가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지도 교수 및 학교 당국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원 연구실 문화가 이번에는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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