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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타령

[한윤수의 '오랑캐꽃']<355>

베트남 사람은 우리와 비슷하다.
옆 사람을 챙긴다.
저만 아는 놈을 새만도 못한 놈으로 친다.

베트남 여성 둘이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같은 날 퇴직했다.
그러나 한 사람은 퇴직금(차액)을 받았고, 한 사람은 못 받았다.
아니, 이런 새 같은 경우가 있나? 옆 사람 좀 챙겨주지, 저 혼자만 받아? 한국 사람이라면 과연 이랬을까?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나 괘씸해서 돈을 받은 베트남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왜 짱에게 연락 안 했어요?"
그러나 비(가명)는 펄쩍 뛰었다.
"저 연락했어요. 제 잘못 아니에요. 짱 언니 잘못이지."

알고 보니 비는 할 만큼 했다.
이야기는 꼭 이렇게 된 것이다.

비와 짱은 회사 동료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다.
충남 아산에 있는 회사에 근무하다가 같은 날 퇴사했다.
그게 2008년 1월 31일이다.
둘은 퇴직금으로 삼성만 받았다.
당시는 삼성만 주어도 좋은 회사로 칠 때라, 그걸로 만족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니 시대가 바뀌었다.
삼성뿐 아니라 나머지 차액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발안에 가면 그 돈을 받아준다는 것도 입소문을 통해 알았다.

충남 아산에 있는 비가, 경기도 군포에 있는 짱에게 전화했다.
"언니, 나 발안 가는데 언니도 와."
"어? 나 밖에 못 나가는데."
"왜?"
"지금은 외국인등록증이 없거든."
비자연장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라, 짱의 외국인등록증은 출입국에 들어가 있었다. 사실 합법체류자는 등록증 없이 외출해도 된다. 등록증이 출입국에 들어가 있다고 설명하면 되는데 뭘 걱정하나?
그러나 짱은 혹시라도 발안에 가다가 쯩이 없어서 단속에 걸릴까봐 두려워 외출을 못한 것이다.

비가 당부했다.
"그럼 언니, 나중에 등록증 나오면 꼭 와야 돼."
짱은 떡 먹듯이 대답했다.
"알았어. 갈게."

우리 센터에서는 회사와 접촉 끝에 비에게 퇴직금 차액 207만원을 받게 해주었다. (그 당시 우리 센터는 짱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게 1월 12일이다.

외국인등록증이 나오고도 차일피일 미루다 짱이 온 것은 2월 13일.
이미 때는 늦었다.
3년 채권시효가 1월 31일로 끝났기 때문이다.
짱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다가 어제 짱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제가 애기를 낳아서 돈이 꼭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더 억울해요."
"뭐가 억울하죠?"
"회사에서는 퇴직금 차액 줘야 하는 거 알고 있었을 텐데, 줘야 마땅한 거 아니에요."
"3년 동안 달라고 하지 않으면 안 줘도 돼요. 법이 그래요."
"아니, 아무리 법이 그렇다고 해도, 주는 게 더 좋잖아요?"
"주는 게 더 좋지만, 안 줘도 돼요."
"아니, 그런 (새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요?"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인과 한국 사람이 다른 점이다.
"어쩔 수 없어요."
"그럼 목사님, 노동부에 아는 사람 있으면 그 사람한테 얘기해서 좀 받아주세요."
나는 잘라 말했다.
"그건 말이 안 돼요. 한국 사람도 안돼요."
"높은 사람도 안돼요?"
"누구든 안 돼요. 노동부장관도 안돼요"
"장관도 안 돼요?"
"그럼요. 이명박 대통령도 안돼요."

대통령도 안된다고 하자 그녀는 비로소 이해했다.
시효가 지나면 죽어도 못 받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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