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고전적인 얘기다.
"왜 돈을 안 주시죠?"
하고 물으면 사장님들이 으레 하는 대답이 있었다.
"걔가 뭐를 훔쳐갔거든요."
처음에는 나도 속았지만, 확인해보면 대부분 사실이 아니었다.
그럼 왜 이런 거짓말을 했을까?
일단 체불문제의 핵심을 흐리고 한 번 버텨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돈 받는 쪽에서 지쳐서 포기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재미있는 건 뭐를 훔쳐갔다는 그 '뭐'가 해마다 바뀌었다는 점이다.
요컨대 트렌드가 있었다는 말이다.
4년 전의 뭐는 주로 연장이었다.
"몽키 스파나와 파이프 렌지를 훔쳐갔거든요."
심지어 연장통을 들고 갔다는 주장도 있었다.
3년 전의 뭐는 주로 간단한 기계류였다.
"용접기를 훔쳐갔거든요."
2년 전의 뭐는 주로 전자제품이었다.
"회사 컴퓨터를 가져갔거든요."
그러다가 작년에 기상천외한 답변을 들었다.
"타임카드를 가져갔거든요."
기가 막히다.
회사에 타임카드가 없어서 임금 계산을 못하고, 계산을 못하니 줄 돈이 얼마인지 몰라 못 주겠다는 뜻이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나는 언제나 똑같이 무식하게 밀어붙였다.
"노동부에서 얘기하시죠."
그러면 십중팔구 다 받았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