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못 받아 못 떠나는 방글라데시인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나는
"알라에게 맡기고 떠나!"
라고 했지만 크샤(가명)는 좀처럼 떠나려 하지 않았다.
하기야 돈 받고 떠나는 게 더 좋지!
그는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며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그는 돈을 벌면서 기다리는 꼴이었다. 어차피 그는 불법체류자이므로 체류기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돈 받기까지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렸다.
7개월 만에 체불금액이 확정되었다.
*296만 원.
이제 정말 방글라데시로 가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해외송금계좌로 296만원이 들어갈 테니까.
나는 분명히 크샤가 귀국할 줄 알았다. 크샤 역시 또 새삼스럽게 아내가 아파서 빨리 귀국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왔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 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놈 참 희한하네. 7개월 동안 가만있더니! 귀국하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들었다 안 들었다 해도 되는 건가?"
크샤가 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목사님 하라는 대로 할 게요. 늦게 가라면 늦게 가고, 빨리 가라면 빨리 가고. 하지만 저는 솔직히 빨리 가고 싶어요."
"그래서?"
"돈 좀 깎아주면 사모님이 빨리 주겠죠?"
"그렇겠지."
"그럼 2백만 원만 받고 빨리 갈래요."
"그래. 니 마음대로 해. 니 자유니까."
사모님은 회사로 오면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샤가 무섭다고 해서 돈 받는 장소는 회사와 우리 센터의 중간지점인 수원노동부 앞으로 정해졌다.
모월 모일 모시, 노동부 앞.
크샤가 내 입회 하에 사모님한테 돈을 받았다.
너무 좋아서 수표 20장을 펴들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한윤수 |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그가 이미 간 줄 알았다.
하지만 사모님한테 전화가 왔다.
"와이프를 한국으로 초청하려고 하는데 어떡해야죠?"
"누구 와이프요?"
"누구긴요? 크샤 와이프지."
"아니, 크샤가 안 간대요?"
"예. 와이프만 초청해주면 안 가고 여기서 일한다는데요."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크샤는 절대로 갈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오로지 못 받을 돈을 받기 위하여 간다고 했다는 것을!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띵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알라여.
이 자를
어찌 하오리까?
*이야기 : 오랑캐꽃 329번 <알라에게> (2011년 1월 11일자) 참조.
*296만 원 : 노동부에 진정하고 조사를 받는 동안,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빌려간 돈을 갚았으므로 체불금액이 줄어들었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