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28일 오후 4시부터 8시간 동안 박주아 씨의 유족과 신촌 세브란스병원 담당 의료진과 대질 심문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세브란스병원은 "십이지장에 생긴 천공은 로봇 수술 과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지연성 천공으로 수술 이후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족은 "수술 과정에서 천공된 것이며 박 씨가 수술 후부터 바로 밤새도록 강한 통증을 호소해 진통제를 맞았다"고 맞섰다.
▲ 故 박주아 씨. ⓒ연합뉴스 |
유족에 따르면, 대질 심문에서 세브란스병원은 로봇수술을 한 후 천공이 발생했는데도 2차 응급수술이 늦어진 것에 대해 "박 씨는 응급환자가 아니었고 개복 수술 전에 활력징후 등이 안정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족은 "환자 숨이 뒤로 꼴딱꼴딱 넘어가고 고통을 참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그럼 도대체 어떤 경우가 응급인가"라며 "십이지장 천공수술 후 환자가 의식조차 깨어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병원이 환자를 방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로봇 수술은 외부 흉터가 적고 빨리 퇴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첨단 수술'이라는 이유로 기존 수술법보다 가격이 2~10배가량 비싸다.
문제는 로봇 수술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로봇 수술은 의사가 손으로 하는 개복 수술과는 달리 로봇 팔을 원격 조종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일부 로봇 수술 전문가들은 "로봇 수술을 하면 의사들에게서 수술 부위에 대한 감각이 사라진다"며 "로봇 수술의 적응증을 함부로 넓혀 적용하면 수술을 하다가 창자를 건드리는 사고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은 로봇수술에 대한 병원의 과대광고와 의료진의 십이지장 천공 후 응급수술 지연,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감염,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산소호흡기 튜브가 빠지는 환자안전 관리시스템 심각한 오류로 인해 박주아 씨 사망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원래 고인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거나, 의무기록 작성에 오류가 있었다는 등의 말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측의 태도는 너무나 아마추어적"이라며 "세브란스병원이 박주아 씨 의료사고의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고 하지 말고, 인정할 것을 인정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할 사항은 없다"며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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