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소득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대부분이 소득 정체와 물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는 사이 기업의 성과와 무관하게 CEO들이 막대한 소득을 올리면서 양극화 논쟁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09년 사이에는 CEO들의 소득도 정체되어 있었지만 지난해 다시 27~40%p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기업 지배구조 평가사 GMI가 2647개의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자료에서 소득 상위 10위 안에 드는 CEO들은 2010년 총 7억7000만 달러(약 8937억 원)를 벌어들였다. 2007~08년 바닥을 쳤던 주가가 상승하면서 CEO들이 보유한 스톡옵션의 가치가 상승한 탓이다.
하지만 신문은 CEO들의 늘어난 소득이 전반적인 기업의 성과를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증시지수 '러셀 3000'에 속한 기업들의 평균 주가는 16.93%p 증가했지만 이 기업 CEO들의 소득은 27.19%p 올랐다. 'S&P 500'에 속한 대기업 CEO들의 소득도 평균 36.47%p 올랐다.
GMI의 선임 조사관 폴 허지슨은 "지난해 미국인 대부분의 소득은 감소하거나 정체됐다"며 "우리는 올해 CEO의 소득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30~40%p나 증가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GMI는 주식 가치가 낮았던 2007~08년 많은 기업들이 CEO에게 많은 스톡옵션을 부여했다며 앞으로 주가가 유지된다면 CEO들의 보너스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난한 미국'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미국 월가 시위대. 지난해 미국인 대부분의 소득이 정체되어 있는 반면, 대기업 CEO들의 소득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극화 논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연 |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금융기관 CEO들의 소득은 크게 오르지 못한 반면, 상위 10위 안에 든 CEO 중 3명은 의료 분야 기업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도매업체 매케슨의 존 해머그렌 CEO는 약 1억4520만 달러(약 1680억 원)을 받아 가장 많은 돈을 번 CEO가 됐다.
지난해 소득 상위 10위 안에 든 CEO 중 4명은 퇴직하거나 CEO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들의 재직 기간 동안 기업의 주가가 감소한 경우에도 막대한 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사 애트나의 로날드 윌리엄스 CEO는 스톡옵션으로 240만 달러를 벌었지만 회사의 주가는 그가 2006년 2월 CEO직을 맡은 이후 지난해까지 약 70%p 떨어졌다. 의약품 체인 CVS의 토마스 라이언 CEO도 스톡옵션을 실행해 2800만 달러를 벌었지만 그가 13년간 CEO직을 수행하는 동안 주가는 54%p 떨어졌다.
신문은 "이러한 CEO 소득 반등은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나왔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의 소득 격차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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