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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주변사람도 방사능 피폭, 의사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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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주변사람도 방사능 피폭, 의사도 놀랐다

'병원 방사능 오염'…"환자 격리 규정, 엄격 적용해야"

전라남도의 어느 암 전문 병원. 들어가는 순간 로비에서부터 방사능 측정기가 삑삑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최고 수치는 시간당 25마이크로시버트. 국제 일반인 피폭 기준치인 시간당 0.114마이크로시버트(연간 1밀리시버트)보다 약 220배 높은 수치다.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A대학병원 구내식당에서는 최고 35마이크로시버트까지 나왔고, B대학병원에서는 최고 10마이크로시버트가 측정됐다. 이는 일반인 피폭 기준치보다 각각 307배, 87배가량 높다. 병원에서 CT, PET 등의 검사나 암 환자를 상대로 한 방사선 치료가 이뤄지는 탓이다.

환자 대소변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한 병원에서 왜?

병원 관계자들은 "방사능 물질을 다루면 건물 자체를 납으로 둘러싼다"며 "병원 차폐장치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병원들은 차폐장치를 2중으로 마련하고, 환자가 차폐실에 있는 동안 환자의 대소변조차 '저준위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할 정도로 철저히 관리했다.

문제는 방사능 치료나 검사를 받은 환자들이 식당, 복도와 같은 병원 내부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병원에서 방사능을 처음 측정한 임복래(45) 씨는 "어린이가 뛰어놀 수 있는 병원 앞 바자회에서도 방사능 수치가 15마이크로시버트나 나올 줄은 몰랐다"며 "알고 보니 차폐장치가 새는 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환자)의 몸에서 방사능이 나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임 씨는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부쩍 방사능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는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병원을 찾았다가 '병원이 방사능 위험지대'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차폐 장치가 아무리 잘 돼 있어도 방사능을 몸에 주입한 환자가 돌아다니면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다.

▲ 첨단 암 진단 장비인 PET-CT. 보다 정확하게 암 진단을 할 수 있지만, 몸에 방사능 물질을 투여한 후 CT를 찍기 때문에 촬영 시 방사능 노출량이 더 많아진다. ⓒ연합뉴스

"환자 주변 사람이 피폭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주승용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1회 촬영할 때 나오는 방사선 수치는 0.1~0.3 밀리시버트다. CT의 경우 흉부 촬영은 7밀리시버트, 복부는 10밀리시버트다. 일반인 1년 피폭 기준치가 1밀리시버트인 것을 감안하면 CT를 찍으면 10년간 받을 방사능을 한 번에 받는 셈이다.

최근에는 CT와 PET을 결합한 PET-CT도 나왔다. 방사능 전문가인 한 의대 교수는 "PET-CT는 방사능 물질을 몸에 투여한 후 CT를 찍기 때문에 CT나 PET를 찍을 때보다 (환자가) 방사능에 더 노출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암 치료를 하면 암 세포를 죽여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의 방사능을 투여해야 한다"며 "특히 암 치료에 쓰이는 요오드(반감기 8일) 등 감마 방사선은 투과성이 좋아서 인체는 물론이고 콘크리트 벽도 뚫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원자력안전법에서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투여한 환자로 인해 주변인의 방사선량이 5밀리시버트(어린이는 1밀리시버트)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으면 격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병동은 부족하고 환자 수는 많다보니, 그보다 방사능 수치가 더 높은 환자들도 (병원 내부에서) 걸어 다니는 상황"이라며 "그런 경우에는 주변 사람이 피폭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인들도 방사능 물질을 주입할 때 피폭당합니다. 다만 의료인은 (방사능 관련 의료행위를 할 때) 마스크나 보호대를 착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몇 초 혹은 몇 분만 노출되지만, 가족들이 환자와 같이 한 방에서 자면 꽤 피폭당할 수 있죠."

그는 "병원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이 일반인 기준치의 최대 300배니까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나도 (실태가) 그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원자력안전기술원 "불필요한 불안감 만들지 말라"

이러한 우려에 대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해당 병원 일반구역에서 방사선을 조사한 결과 법적 기준에 적합했다"고 반박했다. 일반인의 경우 연간 피폭기준치가 1밀리시버트이지만, 병원에서는 5밀리시버트라는 것.

원자력안전기술원은 "PET-CT 검사를 받은 환자의 몸속에 있는 (방사성 물질인) F-18(반감기 2시간)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량률은 시간당 10~30마이크로시버트까지이지만 이는 법적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환자들을 상대로 별도의 격리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적인 기준에 따라 안전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 병원에서, 일반인이 방사선 측정에 대한 해석이 없이, 방사선량률을 임의로 측정하여 발표하는 것은 환자 및 보호자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임 씨를 비난하기도 했다.

"기준치 이하라던 방사능 아스팔트도 뜯어냈는데…"

그러나 임 씨의 생각은 다르다. 최근 '방사능 아스팔트' 문제가 불거진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 이면도로의 경우, 방사능 물질인 세슘이 시간당 1.4 마이크로시버트(환경운동연합 측정 결과 3.07마이크로시버트)가 검출되자 구청은 지난달 아스팔트를 걷어낸 바 있다. (☞관련 기사 : "'방사능 아스팔트'가 안전해? 엉터리 계산으로 얼버무리기")

임 씨는 "아무리 일시적이라지만 환자한테서는 5000마이크로시버트(5밀리시버트)가 나와도 그 수치 이하면 무조건 안전하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환자에게 투여되는 기준치를 일반인이 드나드는 공간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CT를 촬영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는 특정 공간이 아니라, 일반인 출입이 자유로운 식당이나 편의시설이 있는 곳에서 방사능이 높은 수치로 발견된 게 문제"라며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를 (병원 내 일반인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완벽하게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세슘은 반감기가 30년이고 사람 몸에 넣는 방사능은 반감기가 8일이라 차원이 다르다"며 "다만 기준치 이하라도 방사능이 일반인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병원에 앞으로는 (PET-CT실 앞에서) 바자회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고, 병원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환자에게 국제 기준인 5밀리시버트 기준을 쓰고 있지만, 작년에 연구된 보고서를 보면 환자의 가족에게 피폭되는 양도 1.1밀리시버트 정도였다"면서 방사능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참고
국내 평균방사선량 : 0.05~0.3μSv/h (시간당 마이크로시버트)
일반인 연간 피폭허용선량 : 1mSv/년 (연간 밀리시버트)
1mSv(밀리시버트)=1000μSv(마이크로시버트)
1μSv(마이크로시버트)=1000nSv(나노시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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