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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중산층 회복' 주창, '타협'에서 '개혁'으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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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중산층 회복' 주창, '타협'에서 '개혁'으로 선회?

공화당 텃밭서 '시어도어 루스벨트' 내세우며 지지 호소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경제위기 해법의 핵심으로 '중산층 회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급여세 감면 혜택 연장 등 중산층 지원 정책에 대한 공화당의 반대에 대응하는 동시에 과거 공화당 소속 대통령도 경제위기 상황에서 비슷한 정책을 취했다는 것을 강조해 표를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캔사스주 오사와토미의 한 고등학교에서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보장되고 공정한 보상을 받으며 같은 규칙에서 경쟁할 때 미국은 성공한다"며 "이를 회복하는 것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며 중산층과, 중산층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이들에겐 성패를 좌우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점점 소수의 사람들만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것 이상으로 많은 부를 가져가고 있다"며 대기업과 슈퍼 부자들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극소수의 부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반면, 나머지는 경제적 고통과 싸우고 있고 너무 많은 가정이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공화당이 '계급투쟁'이라고 비난하는 점을 의식해 "문제는 계급 투쟁(warfare)이 아니라 국가의 복지(welfare)에 관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캔자스주 오사와토미 고교를 방문, 경제분야 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산층을 강조한 오바마의 이날 연설은 경제위기 해법을 놓고 공화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지금까지는 '스윙 스테이트'(부동층이 많은 주)를 중심으로 급여세 감면 연장을 호소해 왔다며 이번에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한 캔사스주의 빈곤 지역인 오사와토미를 찾은데 주목했다.

오사와토미는 공화당 소속의 중도보수 성향 정치가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1910년 연설로 잘 알려져 있다. 루스벨트는 1901년부터 1909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19세기 말 금융위기로 파괴됐던 미국 경제를 잇따른 개혁 정책으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오바마와 경합을 벌였던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도 한때 루스벨트의 신봉자였으며 현재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뉴트 깅그리치 역시 루스벨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현재와 유사한 금융위기에서 공평정책(square deal)를 주창한 루스벨트와 자신의 주장이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또 현재 자신의 정책에 쏟아지는 공화당의 비난이 자기 당 출신의 대통령의 정책과 모순됨을 강조하려는 '일석이조'의 노림수가 이번 연설에서 나타난 셈이다.

실제로 오바마는 연설 도중 루스벨트의 당시 연설에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단어를 사용해 부의 집중을 비판하고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오바마는 또 "루스벨트도 이곳에서 그 연설을 한 이후 급진주의자, 사회주의자, 심지어 공산주의자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그때 그가 주창했던 그 원칙 덕에 미국은 지금 더욱 부강한 나라, 강력한 민주주의 나라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여기에 더해 오바마와 민주당이 내년 대선에서 유권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메시지로 '중산층'에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월가 시위대들의 주장과도 맞닿는 측면이 있다. 줄리안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는 <가디언>에 "오바마는 민주당원들의 열기를 북돋고, 자신이 수동적인 대통령이 아니며 대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시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오바마가 대기업에 대해 거친 수사를 시작한다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원인도 중도파의 이탈이었으며, 이후 오바마는 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기업 규제 등에 대해 말을 아껴와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화당은 이날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 경제 정책 실패를 모면하려는 또다른 시도라고 깎아내렸으며, 미치 맥코넬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오바마와 민주당이 "싸구려 정치문화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8.6%로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했지만, 대공황 이후 재선에 성공한 어떤 미국 대통령보다 높은 실업률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도 오바마에게 불리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의 진보 학자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오바마의 재임 기간 중 경제와 관련돼 가장 중요한 연설을 했다"라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오바마의 이날 연설에 부자 증세,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사회적 투자, 민주주의 보호 등 루스벨트가 주창했던 '신국가주의'의 새로운 버전(a new New Nationalism)이 제시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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