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현직 부장판사가 건의문 초안을 완성해서 동료 판사들과 검토 중이다.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한미 FTA는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이 글에서 김 부장판사는 자신의 견해에 공감하는 판사 100명이 댓글을 달아준다면 정식으로 한미 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TF를 법원 행정처 안에 구성하는 청원문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후 174명의 판사가 이에 동조했고, 김 부장판사는 청원 내용을 정리한 초안을 완성하여 동조한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당초 김 부장판사는 청원문 형식으로 작성할 계획이었으나 대법원장에게 전달하는 건의문 형식을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문 형식을 취할 경우, 외교통상부 등으로 소관이전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초 발표한 글과 달리, 꼭 법원 행정처 산하에 TF를 꾸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된다는 게다.
김 부장판사는 174명 판사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최종 문안을 확정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안이 확정돼 대법원장에게 전달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앞서 페이스북 등에 한미 FTA에 비판적인 글을 남긴 최은배 부장판사 등과 달리, 김 부장판사는 보수 성향이 뚜렷하다. 지난 1일 올린 글에서도 김 부장판사는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규정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찍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었다"라고 했다. 이랬던 그가 한미 FTA에 대해 조금 알게 된 뒤에 생각이 바뀌었다는 게다.
현직 부장판사의 이런 고백은 비슷한 입장을 취해왔던 주류 엘리트 집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의 글이 올라온 지 하루만에 100명이 넘는 판사들이 동의했다는 점, 그리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보수 성향이며 '우리법 연구회' 소속은 소수에 그쳤다는 점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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