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계청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 한계선을 밑도는 아동의 숫자는 1570만 명으로 전체의 2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보다 100만 명(1.6%포인트) 증가한 숫자다.
아동 빈곤율의 증가는 미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가구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미국에서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인 연소득 2만2314달러(약 2537만 원)에 미달하는 가구는 2009년 1470만 가구에서 지난해 1570만 가구로 늘어났다.
인종에 따른 빈곤율 차이도 상당했다. 백인과 아시아 아동의 빈곤율은 평균을 밑돈 반면, 흑인 아동의 빈곤율은 38.2%, 히스패닉 아동의 빈곤율은 32.3%에 달했다. 통계청은 또 혼혈 아동의 빈곤율이 평균보다 높은 2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州)별로 아동 빈곤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남부 미시시피로 32.5%에 달했으며 수도 워싱턴DC와 뉴멕시코의 아동 빈곤율도 30%에 육박했다. 특히 뉴멕시코의 빈곤 아동 증가율(4.7%포인트)은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빈곤 아동이 가장 적은 주는 뉴햄프셔로 10% 수준이었다.
▲ 미 뉴저지의 한 빈곤층 거주지역. ⓒAP=연합뉴스 |
미 통계청은 "빈곤 상태에 있는 아동들은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또래에 비해 인지장애나 행동장애를 보이는 경향이 높다"며 "이 때문에 학력이 짧고 성장하면서 더 오랜 기간 실업상태에 놓이게 된다"라고 밝혔다.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해 좋은 직업을 가질 수도 없으며 이 때문에 다시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빈곤률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7184달러로 인도의 1477달러의 31배에 달하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빈곤율 증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업률이 9%를 넘어서는 등 경기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이후 쏟아진 통계는 양극화를 경기 침체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십 년간 미국 중산층 가구의 실질 소득은 정체되어 왔고, 이에 따른 양극화 역시 꾸준히 벌어져 경제 침체 자체가 아닌, 경제 침체를 불러온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16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통계로도 확인된다. 스탠퍼드대가 미국의 117개 대도시의 소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중산층이 밀집한 거주지의 인구는 1970년 65%에서 2007년 44%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부유층이나 빈곤층 거주지의 인구는 각각 15%에서 33%로 증가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 리어던 스탠포드대 교수는 이러한 양극화는 삶의 질이 확연히 다른 부유층이 빈곤층의 처지에 무관심하게 돼 학교나 공원 등의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빈곤의 되물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극화 자체도 문제지만 이에 따라 다음 세대의 양극화 역시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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