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안 원장의 기부 소식을 전하면서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안철수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은 한국인들이 현 정부가 공익보다는 특권층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보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키워가는 상황에서 안 원장이 기성 정치에 대한 환멸을 표출하는 상징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국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일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정치·경제 엘리트가 펼치는 정책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부터는 존경을 얻어낸 반면 자국 국민들과는 소통하지 않는 이미지로 여겨지는 이유에 대해 '안철수 현상'이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한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747' 경제 공약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부자들만을 위한 공약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 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올리고 있지만 소기업들은 불황을 겪고 있다며 이를 '안철수 현상'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이어 신문은 기성 세대들이 청년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처럼 열심히 일하면 가난한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충고하지만 청년들은 치솟는 등록금 속에서 빈부 격차 때문에 성공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반발하고 있으며 인터넷 공간에서는 기득권에 대한 증오가 끓어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안 원장이 보여온 행보가 청년층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는 게 신문의 평가다. 신문은 안 원장이 2005년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수십 억 원에 달하는 보유 주식을 자사 직원들에게 기부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한국인들은 안 원장의 이러한 행보를 자식들에게 부를 증여하기 위해 법을 어기는 다른 재벌들의 행태와 비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삼성, 엘지 등 대기업들이 "동물원"과 "약육강식 및 불법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며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현재의 빌 게이츠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안 원장의 말을 소개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이른바 '노예계약'을 강요하는 풍토를 지적한 말이다. 이러한 강의는 대학생들에게 성공한 CEO로서뿐 아니라 사회적 비판자로서 영감을 주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또 신문은 "재능 있는 1명이 1만 명을 먹여살린다"고 말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기업이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한국의 발전 전략을 전형적으로 대표하는 인물"라고 소개하면서, 안 원장이 이 회장의 말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할 세상에서 누군가가 1만 명의 삶을 책임지면서 나머지로부터 더 많은 것을 빼앗아간다면 그건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 뉴욕타임스는 '사회 평론가가 한국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안철수 원장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 방문 당시 사진을 게재하며 '안철수 열풍'을 집중 조명했다. ⓒ뉴욕타임스 화면 캡쳐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어떤 면에서 현 시스템은 옛 군사독재 시절보다 더 최악"이라며 "독재 정권은 학생들을 물리적으로 탄압했지만 오늘날 지배층들은 청년들의 삶에 위협을 가해 그들의 자부심을 파괴하고 있다. 그것은 청년들에게 정신적으로 굴욕감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도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유에 대해 "정의가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커져가는 것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시회적 압력이 폭발할 수 있다"라고 <MBC>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신문은 안 원장의 정치 행보에 주목했다. 신문은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선거 기간 중에 안 원장의 대중성에 많은 혜택을 얻은 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며 "(안철수의 등장으로) 박근혜는 구시대, 구세대, 낡은 아이디어라는 현상 유지의 상징이 됐다"라는 함승덕 고려대 정치학 교수의 말을 전했다.
신문은 안 교수의 정치권 진출 여부에 관해서 본인과 부인이 가능성이 낮은 듯 얘기했다면서도, 그가 강의 시간에 한 발언을 전하는 것으로 여운을 남겼다. "강둑에 앉아서 쳐다보는 것 만으로는 강물의 속도를 알 수 없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그 안에 뛰어 들어가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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