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오클랜드 월가 시위대가 벌인 오클랜드항 점령 운동은 7000여 명의 오클랜드 시민들이 참석해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항구 중 하나인 오클랜드항은 이날 잠정 폐쇄됐고 시위대는 '자본주의의 종말'을 선언하며 성공적인 시위를 자축했다.
하지만 이날 밤 200여 명의 시위대가 빈 건물을 점령하고 경찰들에게 벽돌과 유리병 등을 던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과격 시위대들은 경찰서 유리창을 깨는 등 소란을 피웠고 오클랜드 경찰도 최루가스를 동원해 진압에 들어가 100여 명을 체포했다. 이날 뉴욕 주코티 공원의 월가 시위대에서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부 시위대들의 폭력과 범죄가 미디어의 집중 타깃이 됐다.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4일 오클랜드 시위대들이 이른바 '블랙 블록'(Black Bloc, 과격 반자본 시위)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아침 오클랜드 시청 앞에서 열린 회의에는 60여 명이 참석해 과격 시위대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했다.
월가 시위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롤리 라담은 "그들이 우리 운동을 더럽히고 있다"며 "우리 공동체를 파괴하길 원하는 자들은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시위대들이 2일 낮에 지역 은행과 오클랜드항 앞에서 벌인 평화시위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폭력 시위가 일부 권리를 박탈당한 젊은 세대에게는 분노를 표현하는 수단일 수 있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 3일(현지시간) 새벽 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과격시위를 일으킨 시위대들. ⓒAP=연합뉴스 |
신문은 특정 지도자나 구심점이 없는 월가 시위가 앞으로도 이러한 과격 시위대의 유입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놓고도 내부 이견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오클랜드 시위대의 '본진'인 프랭크 오가와 플라자에서는 앞으로의 시위 전략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일부 참가자는 시위가 전반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되었으며 과격시위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떤 참가자는 유리창을 깨트리는 이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며 시위대들이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기로 합의할 수는 있지만 과격시위로 변질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에서 진보적 색채가 가장 강한 곳 중 하나인 오클랜드에서 '블랙 블록' 전략은 종종 쓰이던 전략이라며 과격시위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레이첼 도니라는 참가자는 월가 시위대가 다 함께 주민들에게 과격 시위에 대해 사과하거나 피해를 당한 상점에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일부 시위대의 잘못을 모두가 질 수는 없다는 반박에 부딪혔다. 결국 이날 시위대들은 사과 대신 인근 상점의 영업에 도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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