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세살 버릇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세살 버릇

[한윤수의 '오랑캐꽃']<443>

신학생 때 하는 행동을 보면
어떤 목사가 될지 알 수 있다.

맨날 기도탑에 올라가 기도만 하던 학생은
지금도 기도만 하고 있고,

길거리에서 전도만 하던 학생은
지금도 전도만 하고 있으며,

도서관에서 공부만 하던 학생은
지금도 공부만 하는 목사가 되어 있다.

심지어 운동장에서 공만 차던 학생이 있었는데
내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전화를 했길래
"지금도 공 차?"
하고 물어보니
"그럼요!"
하며 유명한 목사님들과 잔디구장에서 공 찬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럼 나는?
신학생 때 기도도 못 하고
전도도 못 하고
공부도 못하고
공도 못 차서
학생들 이름만 외웠다.

왜 그랬나?
입학 당시 이미 55세 최고령이라 아무도 가까이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친해지려고 이름과 얼굴을 외운 거다.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까지 1700명을 다.

덕분에 FBI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고교를 갓 졸업한 십대와도 친구가 되었다.
"축구 잘하네. 청석고 나온 정휘국 맞지?"
하는데 어찌 안 친해질 수 있나.

지금도 그 버릇 못 버리고
이름만 외우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와 후원자들의 이름을.

하지만 못 외우는 경우가 생긴다.

얼마 전 센터 통장으로 5만 원이 입금되었다.
입금기록사항에 적혀 있는 건 딱 3 자(字).
무 명 씨.
문제는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계속 돈을 보내오니까.
열흘 동안 벌써 네 번째다.

화성연쇄입금사건이라고나 할까!

내가 자신 있게 하는 일은
이름을 외우고 축복하는 건데
이름이 없으니 목표 상실이다.

다만 이렇게 빈다.
"하나님, 누군가(somebody)를 축복해 주세요. 이름은 모릅니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