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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323>

임금을 못 받은 건 외국인만이 아니다.
한국인 이야기다.

떼인 임금을 받으려고 나에게 장문(長文)의 편지(이메일 포함)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내 처방은 <노동부에 반드시 갈 것> 또는 <진정을 취하하지 말 것> 식으로 아주 간단할 수밖에 없다.
왜?
오고 가는 대화가 없어, 정확한 상황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편지 보내는 사람이 돈 받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경험으로는 60프로쯤 된다.
예를 들어 밀린 임금이 5백이면 3백은 받는다.
대충 방향은 잡았으니까!

편지가 아니라 전화로 물어오는 이들이 더 많다.
상황 파악하는 데는 전화가 훨씬 낫다.
내가 몇 가지 물어볼 수 있으니까.
이렇게 전화로 하소연하는 사람이 돈 받을 확률은 80프로쯤 된다.

만일 어떤 사람이 발품을 팔고 직접 발안까지 찾아와 나에게 상담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좋다!
그런 사람은 거의 백 프로 받는다.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니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은 돈 받는 데도 들어맞는 말이다.

나한테 장문의 편지를 보낸 사람 중에 A(가명)라는 여성이 있다.
<노동부에 반드시 가라>는 내 처방으로 그녀는 밀린 임금 5백중에서 3백을 받았다.
그 돈을 받고 나서 또 한 번 길고 긴 편지가 왔다. 하지만 알맹이는 '감독관이 형사를 포기하라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에 불과했다. 나는 <형사를 포기하지 말 것, 그래도 궁금하면 전화하거나 찾아올 것>이라고 답장해 보냈다.

나는 그녀가 반드시 찾아올 줄 알았다. 돈이 2백만 원이나 걸려 있는데다가 궁금한 게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찾아오기는커녕 두 달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전화가 왔다.
"목사님, 내가 형사 포기 안 하면 감독관님이 내일 검찰에 기소한다는데, 그럼 사장님 처벌 받는 건가요?"
나는 당장 처벌 받는 건 아니니까 그냥 가만있으라고 이르고, 추가로 몇 가지 주의할 점만 가르쳐주었다.

그리고나서 내가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한 번 올 줄 알았더니 왜 안 왔어요?"
"오라는 거 농담인 줄 알았어요."
기가 막히다.
"왜 내가 남의 집 귀한 처자한테 농담을 합니까?"
그녀는 얼버무렸다.
"사실은 바빠서요. 낮엔 직장 다니고 밤엔 학원 가고."
"그러게 *일요일날 오라고 했잖아요!"
"목사님들은 일요일에 일 안하는 줄 알았죠 뭐."
할 말이 없다.

어쨌든 그녀는 백만 원 정도는 더 받을 것 같다.
전화 상담도 받았으니까.

*일요일 : 우리 센터는 일요일이 장날이다. 가장 바쁘고, 상담도 제일 많아서 40건 정도를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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