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교수협의회가 서남표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올해 4월 KAIST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뒤, 서남표 총장과 교수협의회는 KAIST 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혁신위의 합의 내용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교수협의회의 지적이다.
29일, KAIST 교수협의회는 지난 26~28일 KAIST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한 '혁신비상위원회 결의안 실행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3.4%(234명)가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KAIST 전체 전임교수는 585명으로 교수협 회원은 522명이며, 이 가운데 설문에 참여한 교수는 전체 교수협 회원의 70.6%(369명)였다. 설문에 참여하지 않은 교수까지 포함한 전체 교수협 회원 중에선 44.8%가 총장 퇴진 요구에 찬성한 셈이다.
설문 응답자들은 지난 4월 총장과 교수협의회장이 서명해 발족한 혁신위의 합의내용 그대로 실행(84.6%)해야 하며, 이사회를 핑계로 미루고 있는 대학평의회를 즉시 구성할 것(84%)을 촉구했다.
총장이 혁신위 합의서에 서명해 놓고도 무엇을 사인하는지 모르고 사인했다는 발언은 합의서 기본정신을 파기한 것(84.3%)이며, 총장이 전기자동차와 모바일 하버 사업에 대한 특허를 소유하고 이를 편중되게 지원한 것은 총장으로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잘못된 것(70.5%)이라고 비판했다.
또 총장이 구성원과 소통없이 독단적인 학교 운영방식을 고수(82.9%)하고 있으며, 총장 재임 중 발생한 학교기금 운용손실·177명의 교수 징계를 가져온 교과부 감사에 대한 학교 측의 무능한 대응 등 학교 전반에 걸친 문제들에 대해 총장은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87.3%)고 주장했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이날 창의학습관 터만홀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성명을 채택했다.
KAIST 교수협은 성명을 통해 "KAIST 전체 교수는 지난 4월 이후 총장이 진정한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 KAIST의 본질적인 문제를 개혁해 주기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총장의 독단적인 의사결정과 구성원과의 소통 부재라는 폐해가 더욱 악화돼 학교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총장의 신의 위반과 독단적 리더십 등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물어 총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KAIST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대학 당국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는 교수협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활동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KAIST 측은 "교수협에서 서남표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지만 물러나실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전체 교수의 40% 정도가 총장의 퇴진을 요구한 결과에 대해서는 결코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소통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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