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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 여학생 성폭행…"미군이라서 불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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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한국 여학생 성폭행…"미군이라서 불구속"

美 '신속진화' 나섰지만…SOFA 개정 논란 다시 불붙나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미군이 10대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이 터지자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이 잇따라 유감 표명에 나섰다. 하지만 주한미군 범죄가 지난해부터 급격히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요구가 다시 불붙을 조짐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커트 켐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오후 한덕수 주미 한국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이라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국무부의 2인자인 빌 번즈 부장관도 이날 오후 5시경 한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이들이 "한국 여학생이 주한미군 병사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오늘 오전 접했다" "미군 병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에드워드 C.카돈 주한미군 2사단장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피해자 가족과 한국 국민에게 진실한 사죄를 구한다"고 밝혔다.

미2사단에 소속된 K(21) 이병은 지난 24일 오전 4시경 술에 취해 동두천의 한 고시텔에 들어가 TV를 보고 있던 A(18) 양을 위협해 수차례 성폭행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A 양의 신고를 받은 동두천 경찰서는 고시텔 인근 폐쇄회로(CC)TV에서 K 이병을 확인하고 26일 미군 측에 K 이병의 자진 출석을 요청해 조사한 뒤 28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조사를 받은 K 이병은 29일 현재 미군 헌병대로 신병이 인도됐다.

▲ 2002년 '여중생 장갑차 사건' 이후 한국 내에서 SOFA 규정의 불합리성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어 왔다. ⓒ연합뉴스

"경찰, 현행범 아니라고 불구속?"

미국이 한국에서 반미 정서가 일어나는 것을 우려해 신속히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SOFA 규정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OFA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공무 수행중이 아닐 때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한국이 1차 형사재판권을 가지며, 살인이나 성범죄 등 12대 중대범죄에 해당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되면 미군 측에 신병을 인도하지 않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현행범이 아닌 경우에는 미군 측에서 신병 인도 요청을 하면 SOFA 규정에 따라 넘겨줘야 한다. 이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고도 검찰이 구속 기소해 신병을 넘겨받을 때까지 용의자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진술을 바꿀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게다가 주한미군이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 시행해 온 통행금지 정책을 지난해 7월 전면 해제하면서 심야시간 외출이 가능해진 미군에 의한 범죄가 늘어났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군 범죄자는 377명으로 2008년의 183명에서 2년 만에 3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속된 미군은 지난 6년간 2명에 불과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29일 경기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K 이병의 죄질이 나쁘지만 현행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 의견을 냈다"며 "당연히 구속 수사해야 할 사안을 미군이라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한 것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수사권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도 가해 미군이 범행 후 도주한 점에 비추어볼 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위험이 있다며 구속 수사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경기 북부 지역 시민단체들은 오는 30일 동두천 캠프케이시 미군 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 이병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 수사와 미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주한미군 야간통행금지법 제정 및 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통상부 조병제 대변인은 29일 정례브리핑에서 "현행범이 아니면 1차 신병을 미군 측에 인계하지만 수사상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신병을 확보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SOFA 개정 이후 12대 중대범죄에 관한 미군의 수사에 전혀 특별한 문제점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추가적인 문제점이 앞으로 발견된다면 미국 측에 (SOFA 조항의 보완에 대한) 추가적인 협의를 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신창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와 미군 당국은 미군 범죄로 국민의 분노가 일 때마다 독소조항에 대해 검토하고 고려하겠다는 말로 비껴가며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며 SOFA 개정 등 근본적인 주한미군 범죄 근절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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