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은 알아도 어리짱은 모른다.
어리짱?
모를 수밖에.
내가 만든 신조어니까.
어리버리한 걸로 짱이라는 뜻이다.
베트남 통역 요안이 일요일날 바빠서 못 오겠다고 하면서 통역 잘하는 똑똑한 후배를 보내겠단다.
이름은 동(가명).
서울의 K대 경영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남학생이다.
일요일 아침.
상담할 베트남인들이 9시부터 밀려드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동이 안 온다. 서울에서 오니까 좀 늦겠지.
하지만 아니다. 너무 늦으니까.
10시 16분. 참다못해 첫 전화를 걸었다.
"동, 지금 어디 와요?"
"저 지금 경기도청 로타리에 있는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 와 있어요?"
"거긴 왜?"
"여긴 줄 알았어요."
기가 막히다.
수원외국인복지센터와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의 공통점은 '외국인센터'라는 것 밖에 더 있나?
외국인센터는 다 가도 돼?
또 발안으로 오라는데 왜 수원으로 가?
자기가 오늘 어디서 일하는지도 몰라?
조근조근 일렀다.
"거기 도청 로타리에 35번 버스가 있으니까, 그거 타고 발안으로 와요. 발안 오면 외환은행 앞에서 내려달라고 하고. 버스에서 내리는 즉시 전화하세요."
"예."
10시 32분에 문자가 왔다.
<35번 버스 타고 가고 있습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쭈, 문자는 잘하네!
11시쯤 또 전화가 왔다.
"여기 남문 앞에 있는 외환은행에 와 있는데요."
환장하겠다.
수원 남문은 발안과 정반대 방향인데.
35번을 타긴 탔는데,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놈을 타고 가다가, 외환은행 간판이 보이니까 무조건 내린 모양이다.
숨도 못 쉬겠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일렀다.
길 건너 반대편 정류장에 가서 발안 가는 35번 버스를 타라고.
그리고 발안 외환은행에서 내려야지, 아무 외환은행이나 보고 내리지 말라고.
그는 12시 30분에 발안에 도착했다.
K대 기숙사에서 출발한 게 오전 6시 반이니, 물경 6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아, 이런 사람에게 하루 통역비 7만원을 줘야 하나?
순두부백반을 시켜 먹는 옆모습을 보며 회의가 생긴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래도 짱은 짱 아닌가.
어리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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