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항소심 법원으로는 최초로 부부간 강간죄 성립을 인정했다. "부부라도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서울고등법원은 아내를 흉기로 찌르고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A씨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25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우자의 의사에 어긋나는 성관계가 있었다 하더라도 강간죄의 성립은 혼인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그러나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규정하고 있을 뿐 다른 제한을 두지 않은 이상 법률상 부인이 모든 경우에 당연히 강간죄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부부 사이에 성관계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반항을 억압해 강제로 성관계할 권리까지 있다고 할 수는 없다"며 부부간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인정했다.
A씨는 지난 4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아내와 다투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뒤, 더 때릴 듯이 위협해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심에서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이 1970년대 처음 부부간 강간죄 성립을 부정한 이래로, 그동안 법원은 장기간 별거하는 등 사실상 혼인관계가 파탄 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는 강간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2009년 부산지방법원이 처음으로 "아내도 법이 보호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다"며 부부간 강간죄 성립을 인정했지만, 이후 피고인이 자살해 2심에서 공소가 기각된 바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