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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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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마리

[한윤수의 '오랑캐꽃']<424>

죽어라고 안 풀리는 베트남 여성이 있다.

1.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2. (그녀가)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3. 이혼하고
4. 다니던 회사가 불나서 망하고
5. 옮긴 회사에서 동료에게 폭행당하는 동안

한국 생활 6년이 다 흘러가서 이제 4개월 밖에 안 남았다.

그녀는 세 번 나를 찾아왔는데
3년 전에도 울고
지난 4월에도 울고
오늘도 울었다.

"왜 이렇게 울어요?"
"그년이 때려서요."

회사에는 베트남 남성이 9명이나 있지만 여성은 둘 뿐이다.
남녀 쪽수가 안 맞으니 왜 안 싸우겠는가?
싸우지!

근데 희한하다.
이론상으로는 남자들이 싸울 것 같아도 현실은 여자들끼리 싸우고 있다.
그녀는 '그년'(10년 연하의 베트남 여성 : 이하 그년)과 머리끄덩이를 잡고 싸우다 얻어맞아서 울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그년이 회사에서 나가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녀보다 그년을 좋아하니 어찌할꼬?
담당 과장은 솔직히 말했다.
"싸운 후에도 어린 사람은 대일밴드 하나 딱 붙이고 일하거든요. 근데 나이 많은 사람이 맨날 병원 가고 파출소 가느라 일 안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회사에서 좋아하건 말건, 나는 그년을 고소할 작정이었다.
나이 많은 사람을 왜 때려?

낌새를 눈치 채고 과장이 전화했다.
"목사님, *고소는 하지 마시구요. 회사로 보내주세요. 치료비도 받아주고 원만하게 해결할 테니."

나는 즉시 보내진 않고 병원에서 푹 쉬게 했다.
보름 후,
"이제 가 봐요. 다 잘 될 테니."

그녀가 돌아갔다.
앞으로 인생 잘 풀리라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선물로 싸놓았는데
깜빡 잊고 못 준 게 아쉽다.

잘 풀리길 빈다.

*고소는 하지 마시구요 : 회사에서는 내가 고소하면 둘 다 내보내겠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이유에서 고소하지 않았다. 막상 고소하고 나간들 뭐하나? 출국기한이 4개월 밖에 안 남은 그녀를 어떤 회사가 받아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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