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두사부일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면 정웅인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대사가 있다.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외국인 노동자가 I(가명)은행에 예금을 하러 갔다.
하필이면 그를 맞이한 창구 직원이 외국인 추방단체에 가입한 극우파 은행원(銀行員)일 줄이야!
그 은행원이 한 일은, 예금자의 외국인등록증 *뒷면을 보고 불법체류자라는 걸 눈치 채고 파출소에 신고한 것이다.
(기가 막히다. 은행원이 예금자를 잡아넣고 있으니!)
어쨌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순경이 외국인을 체포해 출입국에 넘겼다.
그는 즉시 추방되었다.
죄라면 예금하러 간 죄밖에 없는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 하면 국제적인 망신이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에 있는 교포(불법체류자)가 은행에 예금하러 갔다고 치자.
체포될까?
NO !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에선 체류기한이 지난 불체자를 단순불체자(Low Priority)라고 하는데,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 가지곤 체포되지 않는다.
전혀!
아무리 불체자라도 최소한의 인권이 있잖은가!
예를 들어, 교포가 은행에 예금하러 갔다가, 가게에 식료품을 사러 갔다가, 병원에 치료 받으러 갔다가 미국인에게 밀고당하여 체포된다면 불안과 공포 때문에 한시라도 살 수 있겠는가?
살 수 없다.
그래서 아무리 밀고를 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체포하지 않는 거다.
행여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말고, 살으라고!
이게 최소한의 인권이다.
나는 외국인을 체포한 순경을 만나 전후 사정을 물어보았다.
순경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목사님, 신고가 들어오면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법이 그러니까요. 사실 저희도 못할 짓이죠."
괴로웠을 거다.
예금하러 온 사람을 잡았으니까.
돈 가져온 사람을 잡아?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뒷면 : 외국인 등록증 뒷면에는 체류기한이 적혀 있다. 체류기한이 하루라도 지나면 불법체류자다.
*미국에 있는 교포 : 미국에 있는 한국인 불법체류자는 20만 명이다. 반면에 한국내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17만 명.
*극단적인 선택 : 불체자를 무리하게 잡으려 하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신고가 들어오면 잡을 수밖에 없다? : 경찰이 꼭 이렇지는 않다. 불체자는 출입국 소관이니 출입국에 신고하라며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현명한 선택이다. 범죄 처리에만도 인력이 모자라니까.
*후일담 : 그 후 나는 I은행에 외국인을 절대로 보내지 않았다. 잡혀갈 텐데 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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