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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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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죽

[한윤수의 '오랑캐꽃']<316>

때로는 아무 일도 안하는 게 좋을 때가 있다.

경기도 광주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왔다.
이름이 순수다.

"회사 좀 바꿔주세요."
"왜?"
"손이 아파서 일을 못하겠어요."
"왜 손이 아파?"
꼬치꼬치 따져 들어가자 결국 이실직고하고 말았다.
"사실은 손이 아픈 게 아니라 같은 베트남 친구하고 싸웠어요."
"그래서 마음이 불편하다?"
"예. 불편해요. 나하고 안 맞는 놈하고 같이 생활한다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그래요."
"사장님한테 바꿔달라고 얘기해 봤어?"
"예, 해봤어요."
"뭐라셔?"
"다른 사람 구할 때까지 일주일만 기다리래요."
좋은 사장님이다.

"그럼 기다리면 되겠네."
"안되요. 못 기다려요."
"왜 못 기다려?"
"사실은 저 사흘 전부터 일 안했거든요."
알고 보니 완전 배째라다!
못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미 못 기다렸으니까.

배째라가 본론을 꺼냈다.
"목사님이 사장님한테 전화해주면 안 되요?"
"뭐라고?"
"빨리 바꿔주라고."
"안돼."
"왜요?"
뭐라고 얘기하나?
다 된 죽에 코 빠뜨릴 필요 없다면 외국인이 알아듣나?
나온다는 말이,
"여긴 심부름센터가 아니거든."
"그럼 난 어떡해요?"
"가서 기다려봐."

가서 기다렸다.
닷새 후 사장님이 직장 이동에 사인해주었다.

순수를 위해서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은 잘 되었다.
순수하게 아무 일 안 해보기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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