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부가 현지인을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사실이 잇달아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미국 <ABC> 방송은 지난 2일(현지시간)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 아이티 안정화 지원단(MINUSTAH)' 소속 군인들이 18세의 아이티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는 휴대전화 동영상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지난 7월 아이티 남부 유엔군 주둔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비디오에는 4명의 군인이 한 10대 남성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군인들은 유엔군의 상징인 파란색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었고 술에 취한 듯 보인다. 방송에 따르면 이들은 우루과이에서 파견된 병사들로 알려졌으며, 피해 남성에 대한 진료기록에는 그가 폭행과 함께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이 있다고 기록됐다. 이 남성의 부모는 군인들을 현지 법정에 고발한 상태다.
이와 관련 <BBC> 방송은 5일 우루과이 정부가 유엔군 소속 자국 군인 5명에 대한 송환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우루과이군은 이 군인들에게 대해 "엄격하고 가혹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유죄로 판명날 경우 최고 형량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 대변인은 유엔군 소속 헌병에게 즉각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다며 "유엔은 성적 착취나 학대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대변인은 유엔이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혐의가 입증될 경우 즉시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아이티 정부도 독자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유엔 평화유지군에 의해 임신한 어린 아이티인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은 장베르트랑 아리스티트 전 아이티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아이티의 정치적 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현지에 주둔했다. 하지만 유엔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네팔에서 파견된 군인이 아이티 국민들에게 콜레라를 옮겨 6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의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유엔군은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도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전문에 따르면 2009년 아동 자선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내전의 중심지인 코트디부아르 투레플루에 주둔한 아프리카 배냉 출신 평화유지군이 음식이나 잠자리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성년자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보고서에 기술했다.
미셸 보나르도 유엔 대변인은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성매매 및 성적 학대와 관련 배냉 출신 평화유지군 16명이 본국으로 송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평화 유지를 위한다는 유엔군의 범죄가 심심찮게 벌어지면서 유엔군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BC>가 학대 영상을 공개한 이후 <가디언> 칼럼니스트 마크 와이스브로는 3일(현지시간) "이것은 MINUSTAH의 아이티판 '아부 그라이브'인가"라고 적었다. '아부 그라이브'는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교도소로 미군이 이곳에 수감된 이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사진이 폭로되면서 서구 사회에 이라크 전쟁에 대한 환멸감이 확산된 계기가 됐다.
칼럼은 지난 2007년 12월 스리랑카에서 100명의 유엔군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학대를 저지른 사건과 2005년 아이티 수도 포르트프랭스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해 23명을 학살한 사건을 거론했다. 또 유엔군이 평화유지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아이티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여파로 투표로 선출된 정부를 지지하던 아이티인들이 죽는 상황을 방관해왔다며 유엔군의 주둔 이유에 의문을 던졌다.
칼럼은 이어서 유엔군의 아이티 주둔은 사실상 미군의 주둔으로 봐야 한다며 그 근거로 최근에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 전문에서 미 정부가 MINUSTAH를 아이티에서 정책을 펴는 도구로 보고 있다고 밝힌 점을 들었다. 칼럼은 유엔군이 아이티에 주둔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며 얼마나 더 아이티를 고통 속에 빠트려야겠냐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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