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한편으로 각 주에서 노동자를 희생시켜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공화당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힘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AP>는 미국 노동절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계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초기 가졌던 낙관론을 버리고,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노조의 권리가 위협받는 곳이라면 '운동화를 신고 시위대와 함께 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친노동적 제스쳐를 취했다. 오바마 대통령 측 인사로 꾸려진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도 초기에 4만4000명에 이르는 공항 보안검색요원의 교섭권을 일부 보장하는 등 노동계의 기대에 부합하는 행동을 취해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노동 친화적 정책에 대한 재계와 공화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약 7752원)에서 9.5달러(약 1만158원)로 올리겠다던 약속은 대통령 취임 후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반면 부시 행정부 시절의 '부자 감세' 조치를 연장해 노동계의 원성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한국 및 콜롬비아, 파나마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자리 정책보다는 공화당과의 정부 부채 감축 합의에만 열중한 것도 노동계의 불만 중 하나다. 부채 감축과 일자리 정책은 경제 위기 탈출을 위해 함께 추진할 사안인데 마치 양자택일해야 하는 것처럼 다루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에 들어서야 뒤늦게 일자리 문제에 역점을 두고 노동정책 전문가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를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지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노동계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 미국 공화당의 예산 감축 주장을 비판하면서 건강보험 유지를 주장하고 있는 미국 시위대들. ⓒ미국 산별노조총연맹 |
오바마 대통령이 노동 이슈에 소원한 사이 노동계는 위스콘신이나 오하이오 등 일부 주에서 공무원들의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려는 공화당의 위협에 맞서고 있다. 연방정부 만큼 재정 문제가 심각한 일부 주는 공무원들의 건강보험료나 연금 부담금을 늘려 위기를 넘기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당 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은 공무원 노조의 단체교섭권에서 건강보험 및 연금 관련 협상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법정싸움까지 불사하고 있지만 주지사들은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량 해고가 불가피하다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정착 오바마 대통령은 이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주를 방문에 노조를 지지해 달라는 노동계의 청을 거절했다. 노동계가 표면적으로 아직까지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있지 않지만, 이제는 초기에 품었던 기대에서 벗어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배경이 된다.
미국 최대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리처드 트룸카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협력관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자체적인 정치조직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미 연방 단위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에게 내는 노조의 정치 기부금이 2009년보다 40% 줄어들었다. 지난달에는 수십 개의 노조가 내년도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AP>은 노조들이 민주당의 정치 캠페인에 지원하던 돈을 이제는 노동 탄압이 벌어지는 지역에서 노조를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계와 민주당 지지세력들은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하더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더 강력한 리더십과 선명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힐다 솔리스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지켜 일자리를 보전했고 실업수당 확대 및 다양한 일자리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노동계가 처한 위기와 일자리 문제를 여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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