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중국 경제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 활성화 등 성장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은행과 중국 재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2030년을 향한 중국 핵심 중기 도전과제' 논의를 위해 1일 중국을 방문한 졸릭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올린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졸릭 총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중국이 유럽, 일본, 미국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0년간 중국이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이르는 등 고성장을 해왔고 2030년이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6000달러로 현재의 한국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지금까지처럼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 모델로는 이러한 전망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내수 진작과 저축 감소, 소비 증대 등 '균형을 잡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졸릭 총재는 특히 근본적인 구조조정 없이는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져 세계 경제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기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급속한 산업구조 변화, 고령화 및 노동력 감소, 생산성 증가율 약화 등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환경오염과 빈부격차 확대, 탄소배출 증가, 발전이 덜 된 서비스 산업 영역과 외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등도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들었다.
졸릭 총재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것은 앞으로의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며 중국 정부 및 법제도의 역할 재정립, 민간 영역 확장, 경쟁강화, 토지·노동·금융 시장 개혁 이슈가 이번 방문 기간 동안에 폭넓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졸릭 총재는 지난 2005년 부시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으로 중국과의 첫 전략대화에 나서 미국과 중국의 협조체제를 이끌어낸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번 방중에 앞서 "세계경제 구조가 점차 다극화되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 및 빈곤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와 혁신의 원천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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