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 책은 여러모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진보 진영 인사들을 콕 집어 그들의 정책 현실성을 비판하는 대목이 있는데다, 공공성 회복을 강조하는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후분양제는 선동'이라거나 '임대소득세를 받는 대신 양도세 완화는 찬성한다', '수도권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물론 현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역시 비판하지만, 여러모로 진보 진영에서는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책이다. 빈곤연구로 유명한 연구소의 소장이 왜 이런 책을 써냈을까. 그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이 집권했을 때 실천 가능한 부동산 정책을 고민했다"고 책을 쓴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혹 노무현 정부 관계자로서의 변명은 아니었을까. 김 교수는 "분명 진보 진영에 서운한 점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을 아래에 게재한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한국도시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편집자>
▲"진보집권 플랜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김수현 세종대 도시부동산대학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
"서울가구 5%가 비정상적 주거…'집값'에 인질 잡힌 사회, 문제는 주거환경 개선"
프레시안 : <부동산은 끝났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우리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뭐라 생각하나.
김수현 : 지금 고시원에서 사는 1인 가구가 10만 명이라고들 하고, 16만 명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어림잡아 13만 명이라고 가정하면, 서울의 350만 가구에서 3%가 고시원에 살아가는 셈이다. 여관, 쪽방 등을 합한다면 서울가구의 5%는 정상적인 주거를 하지 못한다. 매우 비정상적인 사회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진 부동산 분야는 오로지 집값이다. '전세금이 얼마'라는 소식만 부각된다. 내 책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우리가 집값에 인질로 잡혀 있는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보 진영이 집권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보 진영이 집권할 경우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프레시안 : 책에서 우리나라 임대료 상승률이 정작 다른 정작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보다 높은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전세대란은 세계적 현실을 무시한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착시효과인가?
김수현 : 임대료와 전세를 분리해서 봐야 할 듯하다. 어쨌든 국제적 비교에 따르면 임대료 상승세는 높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세제도 덕분이다. 시가 10억 원짜리 집에서 5억 원에 거주할 수 있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싸게 세를 놓은 것이다. 사실은 집값 상승을 기대한 레버리지 효과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미 서민들이 사는 곳은 전세가 거의 없어졌다. 다세대 다가구 대부분이 월세로 전환했다. 전세가 남은 곳은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고가 아파트 단지다. 엄밀히 말해 전세대란의 핵심은 강남 일대다.
"임대소득세 물리고, 양도세 덜 걷자"
프레시안 : 서민 임대주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수현 : 임대차보호법은 기본적으로 전세제도에 맞춘 법이어서 월세 시장으로 급속히 전환되는 현 상황과 맞지 않다. 우리나라의 주택정책 중 선진국과 비교해 가장 뒤떨어진 부분이다. 노골적으로 말해 선진국의 19세기 수준이다.
해법의 핵심은 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임대대상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다 이렇게 한다. 등록한 집에 대해서는 집 주인이 세입자를 함부로 바꾸지 못한다. 주인이 사는 집이 아니라 임대전용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제를 들고 나왔지만 많이 부족하다. 집주인이 '우리 아들이 들어온다', '내가 들어가겠다'고 해서 세입자를 쫓아내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프레시안 :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평가하나?
김수현 : 다주택 양도세를 두고 저쪽 진영에서 총공세를 편다. 시장주의자들은 집 더 가진 사람이 애국자라고 한다. 10억 원짜리 주택을 전세 5억 원에 놓으니 애국이 아니냐는 거다. 이 논리로 다주택자에 물리는 세금을 깎아주자는 건데, 역으로 묻고 싶다.
자기가 살지 않는 집에 대해서 임대소득세를 안 내는 나라가 어디에 있나. 선진국 중엔 없다. 우리는 임대소득세 대신 다주택 양도세를 중과세했다. 그런데 임대소득세는 가려놓고 '이렇게 세금 많이 떼는 곳이 어디 있냐'고 한다.
다주택 양도세 세율 자체를 보면 엄청 무시무시하다. 50~60%로 돼 있다. 하지만 종이호랑이다. 실제로 보면, 다주택자라도 지방 주택은 포함이 안 된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이 500만 채 정도 되는데, 양도세 중과세 대상은 200만 채도 안 된다.
또한 이게 진짜 무서웠다면, 다주택 소유는 늘어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2010년도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여전히 늘어났다. 양도세를 그렇게 내기 싫다면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임대사업자 등록은 늘어나지 않는다. 나는 그러니 '좋다, 다주택자 양도세 없애자. 대신 임대소득세를 매기자'고 주장한다.
프레시안 :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 비율을 낮추자, 임대소득세를 높이고 양도소득세를 낮추자고 주장한다. 둘 다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은 이야기다.
김수현 : 전면등록제로 가는 대신 10년 동안은 임대소득세를 안 내도록 해주자. 아니면 고가 주택에서만 세를 받는 식으로 하자. 충분히 연착륙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대소득세를 걷는 건 세수 목적이 아니라 임대차 시장을 근대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노인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건강보험을 자식에게 얹어 놓는다. 그런데 임대사업자가 되는 순간 본인이 사업자가 된다. 임대소득세가 아니라 4대 보험을 다 내야 한다는 점이 무섭다. 하지만 그래야 투명사회가 된다.
▲다주택을 갖고 여러 채 임대를 하는 사람에게 임대소득세를 매기지 못한다. 강력한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세원 조달이 아니라 투명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
"MB 부동산 정책, 지난 40년 정책 패키지 그대로…시대정신과 어긋나"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여태껏 낸 부동산 정책이 47건인데, 국민들 기억엔 '노무현 정부가 만든 규제를 모두 풀었다' 정도가 끝이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를 포함한 역대 대부분 정부가 부동산 정책으로 욕먹었다.
김수현 : 과거에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졌다. 1960년부터 90년까지 서울의 인구가 매년 28만 명씩 늘어났다. 매년 진주시 인구가 서울에 새로 생겼다. 이 상황에서 주택 가격을 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당시 부동산 정책은 욕을 안 먹을 수가 없었다. 중국만 봐도 알 수 있잖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도 여전히 집값이 오르고 있다.
단 누구든 이제는 부동산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학자들도 예전부터 부동산 시장에 변곡점이 왔다고 얘기했다. 이에 부동산 정책이 연착륙할 수 있게 대책을 세워야 했다. 더 이상 거품을 더 키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며, 연착륙하도록 하라는 게 이명박 정부에 요구한 내용이다.
하지만 정책 내용이 지난 40년 패키지 그대로였다. 규제만 풀었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시대정신과 어긋났다.
"광고비로 75억 쓴 서울시 시프트, 현실은 사기극"
프레시안 : 여권 관계자들에 대해 말하는 김에 오세훈 서울 시장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오 시장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이 휴먼타운과 시프트다. 이 두 가지는 상대적으로 전임 이명박 시장의 정책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않나?
김수현 : 휴먼타운을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오 시장이 해야 할 일은 전임자가 밀어붙인 대규모 철거와 재개발, 곧 뉴타운의 부작용을 정리하는 것이었다는 데 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 지방선거를 보라. 오 시장은 뉴타운에 대해 경선 내내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다. 2008년 3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오 시장은 뉴타운을 '최소한으로 지정할 생각'이라고 운을 뗐고, 그 후에는 침묵했다.
그리고 오 시장 재임 기간에 굉장히 여러 지역에서 뉴타운과 관련한 조합설립이 이뤄졌다. 오 시장이 재임기간 동안 뉴타운을 추가지정하지 않은 건 맞지만, 뉴타운에 대한 기대감은 꺼뜨리지 않았다. 자기는 발 빼고 '주민들이 동의해주면 취소해주겠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책임 있는 행정가의 태도가 아니다.
시프트의 경우,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좋다고 본다. 문제는 공언과 달리 현실을 보면 사기극이었다는 데 있다. 2009년 온 서울 시내를 도배했던 시프트 광고를 기억한다. 그 광고비만 75억 원을 썼다. SH공사 광고 등을 합하면 100억 원은 될 것이다. 하지만 몇 채를 착공했나. 작년까지 1만 호도 안 된다. 앞으로 짓겠다는 것도 5만 호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개발이 일어나야 짓는다고 한다. 지나치게 정략적으로 접근했다.
"진보 진영에 서운한 점 있다"
책의 내용에 대해 본격적으로 물어봤다. 진보 진영의 주장과 충돌이 일어날 부분을 집중적으로 묻게 됐다. 김 교수가 참여 정부에서 정책을 담당한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이 많았다.
프레시안 : 복지가 화두가 되면서 보유세를 복지정책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나?
▲"'이것만 하면 된다'는 주장은 선동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보유세를 세수 확대 목적으로 걷으면 당장 '서민들에게 더 받아서 하자는 거냐'라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세수 목적이 아니라 '세제 구조의 정상화'라고 해야 한다.
우리나라 주택 소유자의 60%가 최저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재산세 최저세율이 0.1%다. 명목 세율이다. 실효 세율은 0.05%다.
이들 세율을 0.5%까지 올리면 10배가 오르는 것이다. 이걸 한번에 실행하면 나라가 뒤집어 진다. 보유세를 올리되 천천히 하고, 다른 세금을 깎는 패키지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 후분양제 도입과 아파트 원가 공개 요구를 두고 '선동'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위험한 발언 아닌가?
김수현 : '이것만 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은 선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제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후분양제 도입되면 물론 좋다.
그런데 문제는 청약저축 가입자가 전 국민의 3분의 1인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무려 1500만 명이 아파트 분양받겠다고 줄선 나라에서 후분양제도는, 무작정 적용하기 곤란한 면이 있다. 최대한 빨리 주택을 공급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의 변명 아닌가?
김수현 : 난 당시 그 공세를, 엄밀히 말해 선동이라고 봤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성공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후분양제 도입을 안 했다고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문제다.
원가 공개에 대해서는, 과연 그 정책이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원가 공개를 한다고 집값이 내려갈까? 되레 온갖 편법이 나올 것이다. 오히려 토지 가격과 연동되는 분양가 상한제가 더 압박이 된다. 원가를 공개해서 어쩔 거냐는 근본적 질문을 하고 싶다.
프레시안 : 진보 진영에 서운한가?
김수현 : 대중적으로 처벌하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종부세 등 큰 전선에서 정부가 고전하고 있을 때 거들어주기는커녕 '이걸 안 해서 망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가 다음 진보 진영이 집권하더라도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식의 접근이 무슨 도움이 될 것인지 묻고 싶다.
프레시안 : 책에서 '공급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확대하는 게 맞다'고 했다. 잘못 이해될 경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김수현 : 우리의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다. 하지만 국민소득 2만 달러 국가에서 반지하 가구수가 5%에 육박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아직 우리 주거수준은 열악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니 불가피하게 신도시도 해야 하고, 개발도 필요하다. 진보 진영의 한 축과는 각을 세우게 됨을 인정한다.
수도권 택지개발도 필요하다. 광역급행철도(GTX)도 도입해야 한다. 수도권이 집중도는 매우 높지만, 도시 간 연계성은 매우 떨어진다. 도쿄든, 런던이든 대개 수도에서 80킬로미터(㎞)까지는 통근권으로 본다. 우리 수도권이 그 정도까지는 안 되더라도 40㎞까지는 통근권으로 수용 가능해야 한다.
프레시안 : 수도권 집중을 줄여야 하는데, 더 강화하는 것 아닌가. 환경파괴도 문제다.
김수현 : 진보 진영에는 여러 축이 있다. 당신이 말하는 건 더 근본적인 축의 주장이다. 더 이상 파괴하지 말자는 것이다. 현실을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 주택 상황이 적정한가? 동두천 등의 다세대 주택에 가보면 옛 판자촌 수준이다. 그 상태로 언제까지 계속 갈 수 있겠나. 개량해야 하고, 싼 임대주택을 계속 공급해야 하지 않겠나.
수도권 집중은 그것대로 해결할 문제다. 수도권을 틀어막는 게 아니라 지방을 잘 살게 해야 한다. 그래서 참여 정부가 혁신도시로 가려고 했잖나. 지금 현실이 어떤가. 서울이 미어터지는데도 지방 젊은이들이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지낸다.
프레시안 : 재개발로 밀려나는 사람은 어떻게 하자는 건가.
김수현 : 뉴타운 구역에 2층 주택짜리 집들이 모여 있는데 용적률이 200%다. 가구 수가 터져 나간다. 거기에 반지하와 옥탑방을 금지시켜버리면, 현재 주택의 상당수가 사라진다. 인간다운 주거에서 보면 우리 철거 재개발 방식이 안 된다는 공동의 합의가 있지만, 햇볕도 안 들고 주차도 할 수 없는 곳을 그대로 둘 순 없는 거 아닌가. 그럼 불가피하게 주택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진보 진영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대목이다.
김수현 : 서울의 구시가지를 개선하는 건 불가피하다. 안 하면 슬럼화된다. 뉴타운은 짧은 시간에 돈을 안 들이고 추진한 게 문제였다. 20년에 걸쳐 고친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진국 도시들이 그런 식의 투자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그리고 어차피 기존 도시 밀도에서 보더라도 서울 내에 현 인구를 다 수용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도시 외곽에 공공임대 주택을 더 공급해 그곳에 사람들을 입주시켜야 한다. 나가야 할 사람들은 표준적 가구형태를 띤 사람들이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로 형성된 곳으로 가고, 기존 시가지를 재개발한 곳은 1, 2인 가구로 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프레시안 : 돈 없는 사람만 나가라는 거 아닌가.
김수현 : '주택공급 더 하면 안 된다. 토건세력에 놀아나는 길이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면 재개발 지역에서 서민들이 어떤 주거수준으로 살아가는지 좀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직 저렴한 주택의 공급은 지속적으로 10년은 더 해야 한다. 판교, 송파…. 물론 시행과정에서 잘했니 못 했니 이야기는 있을 수 있지만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4구역. 뉴타운 사업은 21세기 초반 서울을 들끓게 했다. 그리고 많은 상처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김 교수는 다만, 뉴타운이 아닌 다른 방식의 재개발 필요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뉴시스 |
"내 집 시대 끝났다"
인터뷰가 말미로 흘러가면서 김 교수는 책 제목을 연상시키는 말을 했다. '내 집 시대는 끝났다'는 논리다. 집 장만이 꿈인 사람들을 허탈하게 할 대목이지만, 그는 나름의 근거와 확신을 갖고 말했다.
프레시안 : 자가주택 소유가 높은 게 오히려 위험하다고 했다. 계속 임대주택에서 살라는 말인가?
김수현 : 내 집 마련을 뒷받침해주려면 안정적 직장과 높은 취업률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 현실을 보라. 불가능한 얘기다. 현재 우리의 자가소유율이 각종 통계를 종합해 보면 61% 수준이다. 일본과 비슷하다. 일본은 30년째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도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젊은 세대는 집을 갖기 어렵다.
솔직해지자. '남의 집에 살더라도 편하게 살게 합시다'는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말이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열심히 공급해도 민간임대주택을 넘어서는 수준으로는 못 짓는다. 왜? 민간주택이 너무 많다. 공공임대주택을 짓느라 이들을 놀릴 수 없다. 일본의 공공주택 비율이 7% 수준인데, 우리는 멀게 봐서 10%를 목표로 하면 되지 않겠나. 사실 10%를 넘는 나라도 별로 없다. 목표를 굉장히 멀리 잡은 것이다.
진보정당이 말하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너무 낮다. 진보 주택 운동가가 더 과감하게 말할 순 있겠지만, 진보집권 플랜을 짠다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프레시안 : 자가주택과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이 공존하는 모델이 필요하다?
김수현 : 현 주택시장 구조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일본의 경우와 가까워질 것이다. 일본이 바람직한 시장인가. 아니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노골적으로 말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가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 노인들은 자가 보유율이 70~80%에 달하지만 젊은이들은 온통 셋방에서 산다. 그러다보니 주택시장이 죽어간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을 위해 무리해서 자가소유율을 늘린다면 어떤 상황이 올까. 지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OECD 평균보다 자가소유율이 더 높은 나라들이다. 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영국처럼 주택으로 경기부양을 하다 이렇게 됐다. 결국 우리는 자가 쪽으로 쏠려도 안 되고, 공공임대는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우리식 틀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건 시장 관리, 잘못하면 일본 꼴 난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와 성공, 어디에 더 가깝나.
▲"젊은 세대는 내 집 갖기 어렵다." ⓒ프레시안(최형락) |
노무현 정부가 복권되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단 참여정부가 실패했다면 왜 실패했는지는 알고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차기 정부가 부동산 분야에서 가장 시급히 취해야 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김수현 : 차기 정부가 직면할 첫 번째 위기가 부동산 시장 불안이다. 시장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이 시장 불안은 과거와 다르다. 수요 관리를 해야 한다. 잘못하면 일본 꼴이 난다.
두 번째로 우리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뀌어왔는가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부동산이 성숙기에 들어갔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 인구 중 자기 집에 사는 비율은 45%가 안 되지만, 자가 소유비중은 55%를 넘는다. 결코 낮지 않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