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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회담하는 美 대표단이 '그 책'을 들고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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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회담하는 美 대표단이 '그 책'을 들고 간 까닭은?

마침내 시작된 북미 회담…책 <적이 친구가 되는 법> 눈길

북한과 미국이 2009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양자 고위급 대화를 재개했다.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위한 양국의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회담에 임하는 양국 인사들의 분위기는 같은 듯 달랐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북한과 미국 대표단은 미국 뉴욕 현지시각 오전 9시 30분 맨해튼 유엔본부 앞 미국 유엔대표부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을 이끄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보다 1시간 앞서 도착했다. 그는 회담 전망과 의제를 묻는 질문에 "노 코멘트(no comment)"라고 짧게 답하고 회담장에 들어갔다.

반면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회담에 앞서 같은 질문에 대해 "우리 지역 정세 문제와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겠다"며 "의견을 교환하고 노력한 다음에 말해야지 지금 말하는 것은 이르다"라면서 보즈워스 대표의 '침묵'과 대조를 이뤘다.

▲ 28일 미국 뉴욕에서 북미 대화가 열리는 유엔본부 미 유엔대표부로 향하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취재진들이 둘러싸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관 부상은 또 이번 회담이 잘될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렇게 되길 바란다"라며 회담 준비를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도 "준비하긴, 다 한 것인데, 뭘 또 한다고 그러겠어"라고 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유엔본부에서 50여 미터 떨어진 밀레니엄 호텔에서 출발해 회담 시간 5분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

미국은 언론에는 이번 회담의 구체적인 방향과 기대에 대해 밝히길 꺼려했지만 북한 대표부에는 은근한 기대를 드러냈다. 보즈워스 대표는 김 부상이 도착하자 회담장 밖으로 맞아 악수로 환영했다. 미국은 김 부상이 26일 뉴욕에 도착했을 당시와 달리 이날 그가 회담장에 도착할 때까지 경호를 붙였고 취재진이 몰려드는 것을 제지하기도 했다.

▲ 미국 대표단이 들고 들어간 <적이 친구가 되는 법>
특히 눈길을 끄는 사실은 미국 대표단의 한 보좌관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국가안보위원회 수석연구원이었던 정치학자 찰스 쿱찬의 신간 <적이 친구가 되는 법>(How Enemies Become Friends)을 회담장으로 가져갔다는 점이다. 이는 회담에 임하는 미국 대표 측의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책을 통해 외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도서 외교'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책에서 쿱찬은 미국이 적대국과 유대 관계을 맺는 것을 지지했다. 그는 <AFP> 통신에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대타협하는 건 힘들어 보인다고 전망하면서도 북한이 특정 장소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거나 서방이 북한에 경제적 원조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통해 최종 협상을 타결하는데 필요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오경 점심 식사를 위해 회담장을 나온 김 부상은 "분위기가 좋았고 건설적이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오늘 대화는 진지하고 업무적(business-like)"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북미 회담이 열리는 와중에 있었던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구체적인 조치와 9.19 공동성명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그들이 앞으로 전진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신호"라며 "그들은 9.19 공통성명을 준수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강조하면서 "말로는 충분하지 않고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토너 부대변인의 발언에 비춰 볼 때, 미국은 북한에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중단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등에 대한 구체적 행동 방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날 회담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4시30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현지시각 29일 속개할 예정이다. 미국 측은 보즈워스 특별대표와 함께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와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담당 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북측은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과 최선희 부국장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조현동 6자회담 차석대표(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를 이날 뉴욕으로 급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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